[단독] ‘안 낸 돈 지급하라’ 요구에도 70%는 안낸다…버티는 기업에 중기부도 속수무책

입력 2025-10-03 18:37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이날 산자위는 소상공인 기준을 개편하는 소상공인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했다. 이 의원실 제공

위탁 기업들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대금을 지급하라’는 행정조치를 받아도 70% 이상의 기업은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소관 부처는 조치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 속 영세 기업들의 피해가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수위탁 실태 정기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60일 내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중기부로부터 개선요구를 받은 기업은 65개사에 달한다. 해당 기업들이 지급하지 않은 대금은 총 100억8397만원으로, 한 기업은 2021년 4월 14일부터 211일간 38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 65개사 중 중기부는 39개 기업에 대해 ‘미지급 대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39개 기업 중 이러한 행정조치에 실제로 미지급한 대금을 지급한 기업은 11개사에 불과했다. 28개사는 행정조치에 응하지도 않았다. 70% 이상이 행정조치를 미이행한 셈이다.

수탁 기업이 대금을 받지 못하는 기간도 4개월을 넘는다. 최근 4년간 납품 대금 지급 평균 지연일수는 137일이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159일, 2021년 319일, 2022년 158일, 2023년 133일이다. 특히 최장 497일(2022년), 361일(2023년)에 달하는 장기 미지급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위탁기업의 불공정한 대금 미지급에 대해 중기부는 행정조치 강제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이행 기업들에 대해선 해당 기업 명단을 공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송부하는게 가능한 조치다. 그러나 미지급 기업 65개사 중 영업 정지를 당한 기업은 1개사에 불과하다.

이에 감독기관의 권한과 행정조치 미이행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피해기업이 제때 정당한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고,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중기부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