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 ‘마의 0.5% 벽’ 30년 만에 뚫나… 엔화 들썩

입력 2025-10-06 16:01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4일 도쿄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를 확정한 뒤 밝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의 10월 기준금리 방향을 놓고 인상과 동결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격인 단기금리를 현행 0.5%에서 인상하면 30년간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한 ‘마의 장벽’을 뚫게 된다. 다만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가 총리로 취임하면 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원 환율은 6일 오후 1시 현재 100엔당 940.67원,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50.06엔을 표시했다. 지난달 하순부터 상승했던 엔화 가치가 이날 하락 전환됐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가 승리하자 당초 힘을 받았던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은 오는 29~30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에서 금리를 결정한다. 이에 앞서 오는 15일쯤 임시국회가 소집돼 총리 지명선거가 치러진다. 이변이 없는 한 다카이치가 새 총리로 집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공언하며 재정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탄리서치의 가토 이즈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가 총리로 취임하면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의 저금리가 계속되면 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어 일본은행도 금리 인상 시기를 마냥 미루지 못할 것이라고 가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일본은행은 직전인 지난달 18~19일 회의에서 금리를 현행 0.5%로 5회 연속 동결했다. 다만 회의에 참석한 위원 중 2명은 0.25% 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일본은행이 향후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1995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마의 0.5% 벽’을 뚫고 올라가게 된다.

일본에서는 현행 0.5%의 금리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전까지 일본의 단기금리가 0.5%에 있던 시기는 2007년 2월부터 2008년 10월까지가 마지막이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낸 뒤 인상 기조를 이어가며 속도를 조절해 왔다. 지난해 7월 0~0.1% 수준이던 금리를 0.25%로, 지난 1월에는 0.5%로 각각 한 차례씩 인상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도쿄 본관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19일 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실질 금리가 지극히 낮은 수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나 물가 전망이 (목표치만큼) 실현될 경우 그에 맞춰 정책금리를 인상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3일 오사카 경제단체 간담회에선 경제·물가 전망의 목표치 실현을 전제로 “계속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금리 인상 신중론을 펼쳐온 노구치 아사히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지난달 29일 홋카이도 삿포로 강연에서 “정책금리 조정 필요성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중시하는 2% 이상의 물가 상승 목표 달성에 근접했다”며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회의에서 보유 상장지수펀드(ETF) 매각을 결정한 것도 금리 인상의 신호로 평가된다. 일본은행은 2010년부터 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끝낸 지난해 3월부터는 추가 매입을 중단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일본은행의 ETF 매각 결정에 대해 “금리 인상을 위한 포석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짚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일정 기간 교환하는 익일물 금리스왑 시장에 반영된 일본은행의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60%로, 지난달 회의 전까지 30%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올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