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2 ‘옵트아웃’ 파장…美서 AI 저작권 논쟁 불붙어

입력 2025-10-07 16:01
소라 2가 생성한 영상.오픈AI 홈페이지 캡처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새로운 버전의 동영상 생성기 ‘Sora2’(소라2)를 최근 공개한 가운데 원 콘텐츠 저작자가 별도로 콘텐츠 사용 금지를 신청해야 하는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하기로 해 법적·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라2 출시를 앞둔 지난 29일 저작권자가 별도로 요청하지 않으면 영상 생성 시 저작권자의 콘텐츠가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WSJ는 “헐리우드와 AI 기업 간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며 “콘텐츠의 ‘공적 이용’(Fair Use)을 둘러싼 정치적·법정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소라2 공개 약 열흘 전부터 연예기획사와 스튜디오에 이런 옵트아웃 절차를 알리기 시작했다. 영화사나 저작권자가 오픈AI에 직접 요청해야 해당 저작물이 영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저작권자 작품 전체에 대한 일괄적인 옵트아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신고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

오픈AI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WSJ는 “새로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AI 기업들이 저작권 관리에 대해 얼마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지를 보여준다”며 “미국에서 저작권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오픈AI의 경쟁사인 구글은 최근 ‘Veo3’(비오3) 영상 생성기를 유튜브와 연동해 단편 영상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크리스텔리아 가르시아 조지타운 로스쿨 교수는 “AI 기업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허락을 구하기보다는 나중에 용서를 구하자는 태도로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픈AI는 공인(유명인)의 초상은 당사자 동의 없이 생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초상권과 저작권을 별개로 취급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작자들은 AI 기업들이 자신의 작품을 학습용으로 사용하거나 생성된 결과물이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경우 사전 동의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챗GPT가 지난 4월 이미지 생성 기능을 공개한 뒤, 일본 애니메이션사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생성되며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대형 기획사나 스튜디오는 생성 금지 요청, 위반 사례 신고 등 대응이 수월하지만, 소규모 또는 개인의 경우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오픈AI와 구글은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이들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실시한 정책 제안 수렴 과정에 방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저작권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지면 미국의 기술 우위가 약화되고 중국 등 경쟁국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헐리우드 배우, 감독, 뮤지션 등 400여 명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기업의 입장을 지지하며 “AI 시스템은 기사를 복사하거나 표절하지 않는다. 기사를 읽고 배우는 것은 지식 활용이므로, 복잡한 계약 협상 없이도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공적 이용으로 보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이 있는 책을 무단 사용했다며 저명한 작가들이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과 메타(Meta)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AI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의미 있게 변형된다면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