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맥주회사 아사히그룹이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으로 생산 시스템이 마비됐다. 대표 제품인 ‘아사히 슈퍼 드라이’ 재고가 며칠 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사히그룹이 지난 1일 사이버 공격을 당해 전국 30여개 공장 대부분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여파로 아사히 슈퍼 드라이 재고는 2~3일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사히그룹은 위스키 ‘닛카’와 각종 주류·음료도 생산하고 있다. 업체는 생산 재개 시점을 밝히지 못해 도·소매 유통망에 비상이 걸렸다.
사태가 닷새째로 접어들며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품절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생맥주·병 제품을 취급하는 현지 주점들은 다른 브랜드로 대체하거나 단종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슈퍼 드라이는 지난해 7300만 상자가 팔린 국민 맥주로 일본 맥주 소비 감소 추세 속 아사히·기린·삿포로·산토리 간 젊은층 공략 경쟁의 중심에 있던 제품이다.
해커들은 아사히의 주문·배송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이로 인해 이달 말 출시 예정이었던 탄산음료·단백질 바 등 신제품 10여종이 무기한 연기됐다. 회사는 경찰 당국에 사건을 신고했으며, 고객 정보 유출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해외 법인과 생산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식음료 주문 처리와 배송이 중단됐으며 고객센터 운영도 멈췄다. 대외 이메일 수신이 불가능해지면서 직원들이 전화로 주문을 받아 수작업 처리하는 임시 체제로 대응 중이다.
편의점 업계는 점포 공지로 아사히 제품의 출고 중단과 품절 가능성을 안내하고 있다. 일부 자체상표(PB) 음료 가운데 아사히 생산분은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유통업계는 대체 상품 비축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섰지만, 브랜드 단골 고객층을 고려하면 단기간 수요 전환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사히는 복구 일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수사당국과 협력해 공격 성격과 피해 범위를 조사 중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