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악용된 ‘가짜 기지국’ 장비가 단순 통신 기기로 분류돼 국내 반입시 별도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활용된 ‘가입자 식별번호(IMSI) 수집기(캐처)’는 현재 별도 품목번호 없이 단순 무선통신기기로 분류·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SI 캐처는 소형의 가짜 기지국 기능을 하며 이용자의 유심에 내장된 식별코드를 탈취할 수 있는 장비다.
일부 국가에서는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용하지만 민간에서는 무단 결제, 스미싱, 개인정보 탈취 등 범죄에 악용되는 대표적 수단으로 꼽힌다.
문제는 IMSI 캐처를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중국 온라인몰에 ‘IMSI 캐처’를 검색하면 100여 종이 넘는 제품이 확인되며 모두 국내 배송이 가능하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2020∼2024년 중국산 무선통신기기 반입 규모는 총 32조6000억원에 달해 전체 수입액의 38%를 차지한다. 하지만 통관 단계에서 IMSI 캐처는 별도 품목번호가 없어 식별과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 의원은 “IMSI 캐처와 같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장비는 통관 단계부터 철저히 검증하고 합법적 활용과 불법적 악용을 구분할 수 있도록 관리·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관세청은 통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해외 반입 장비 현황을 면밀히 조사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문제를 파악한 이후 국내외 온라인몰에서 IMSI 캐처 판매 현황을 점검했다”며 “현재는 이를 통해 IMSI 캐처를 국내에서 구매할 수 없도록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