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씨 : “정신 차려보세요”
조한솔씨 : “숨 쉬고 있으면 그만해”
길바닥에 쓰러진 중년의 남성. 그 주위를 둘러싼 건장한 청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발을 맞춰 일사 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어벤져스 부럽지 않은 경찰 5인방
지난 7월 24일 오후 7시20분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족발집에서 모임을 하던 청년들. 한 손님의 다급한 요청에 나가보니, 60대 남성이 현금인출기 앞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혀는 말리고, 의식은 희미해져가고, 호흡과 맥박도 잡히지 않습니다.
청년 일행 중 정용진씨가 재빨리 자리를 잡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합니다. 옆에 있던 이후성씨는 말려 들어가는 혀를 붙잡으며 기도를 확보했고 동시에 경추를 보호하기 위해 목을 잡았습니다.
권두성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요. 그 사이 정희목씨는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찾아 직접 지하철역으로 달려갑니다. “내가 갔다 올게” 그러고는 개찰구를 이렇게 훌쩍 뛰어넘어 장비를 찾아오죠.
이렇게 다들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에 조한솔씨는 끊임없이 호흡을 체크했습니다. “숨 쉬고 있으면 그만해” 정용진씨는도 끈질기게 심폐소생술을 이어갔죠.
정용진씨
“제가 힘들다 느꼈을 때 두성이 형이랑 한번 교체를 했어요. 제대로 된 압박을 하려면 2분 하기가 힘들거든요”
“제가 힘들다 느꼈을 때 두성이 형이랑 한번 교체를 했어요. 제대로 된 압박을 하려면 2분 하기가 힘들거든요”
손을 바꿔 권두성씨가 나선 지 1분쯤 더 지났을 무렵, 드디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정신 차려 봐요” 살았습니다. 얼마 뒤, 119구급대가 도착했고, 남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근데요, 순식간에 각자 역할을 찾아내 척척해낸 5명의 청년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실 이들은 중앙경찰학교 282기 동기로, 경찰 임용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던 거라고 합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믿었던 이들은 응급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말고도 의인이 또 한 사람 있는데요.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청년들에게 곧장 달려온 손님입니다.
정용진씨
“시민 분이 굉장히 빨리 도움을 청했던 게, 저희 옆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계셨던 분이거든요. 저희가 수영대회 얘기하고 그래서 CPR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셔서 바로 요청을...”
“시민 분이 굉장히 빨리 도움을 청했던 게, 저희 옆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계셨던 분이거든요. 저희가 수영대회 얘기하고 그래서 CPR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셔서 바로 요청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들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센스있는 시민과 어벤져스 부럽지 않은 다섯 명의 경찰들 덕분에 이 남성은 후유증 하나 없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게 진짜 천운인 것 같습니다.
정용진씨
“우리는 퇴근해도 결국 경찰 공무원의 그 일원이구나 그런 게 많이 느껴지고 생각하게 된 계기 같아서 스스로도 조금 뿌듯했죠”
“우리는 퇴근해도 결국 경찰 공무원의 그 일원이구나 그런 게 많이 느껴지고 생각하게 된 계기 같아서 스스로도 조금 뿌듯했죠”
경찰이어서 뿌듯했다는 이들은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정용진씨
“코 아래 손 대서 호흡 확인했고, 눈동자 열고, 맥 한번 잡아서... 처음에는 의식하고 호흡을 꼭 확인을 한번 해 보셔야지 안 그러면 오히려 무리한 조치가 될 수도 있어가지고...”
“코 아래 손 대서 호흡 확인했고, 눈동자 열고, 맥 한번 잡아서... 처음에는 의식하고 호흡을 꼭 확인을 한번 해 보셔야지 안 그러면 오히려 무리한 조치가 될 수도 있어가지고...”
쓰러진 환자를 보면 무작정 심폐소생술 할 게 아니라 의식과 호흡 확인한 뒤 심정지 환자에게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는 말, 꼭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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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