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해설 위한 방대한 작업”… 법 지식의 저장고 나왔다

입력 2025-10-07 10:00
조균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교정에서 대표 편집자로 참여한 '형법 주해' 서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헌 기자

국내에서 형법을 해설한 코멘타르(주석서)인 ‘형법주해(출판사 박영사)’가 지난 6월 완간됐다. 형법 총칙과 각칙을 12권, 총 8497쪽에 걸쳐 해설한 주해는 구상과 집필, 발간까지 10년이 걸린 방대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대표 편집자인 조균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났다. 조 교수는 “형법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판사와 검사, 변호사, 학자 등 62명이 뜻과 지혜를 모아 이론과 실무의 조화, 융합을 꾀했다”며 “최신 판례와 서적을 반영해 통일성과 완결성을 기했다”고 말했다.

주해는 형법의 각 조항에 담긴 정확한 의미와 속뜻과 원리 등을 해설하는 서적이다. 개별 조문에 대한 해석은 물론, 개별 규정이 갖는 상호 관계와 보충적인 법이론, 해외 입법 사례 등을 고루 반영하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 법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지만 해외의 판례, 특히 같은 대륙법에 속하는 독일과 일본의 판례를 균형 있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해는 국내에 출간되는 두 번째 코멘타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형법에 대한 해설과 연구, 토론 등이 활발한 독일에선 형법 코멘타르가 이미 10종류가 넘는다. 반면 국내에선 한국사법행정학회에서 판사 주축으로 발간한 ‘주석 형법 시리즈’가 유일하다. 코멘타르가 늘어날수록 그 안에 누적된 판례와 비평, 평가가 활발한 토론을 끌어내고, 미래 판결과 법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교수는 “주해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 같은 실무가뿐 아니라 미래 법조인이 되기 위한 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며 “주해서는 단순 판례 정리를 넘어 판례에 대한 비판을 통해 판례를 보충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법적 지식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획과 구상에 3년, 집필에 7년이 걸리면서 변화하는 사회와 법을 반영하는 데 적잖은 공이 들어갔다고 한다. 집필자에 따라 원고 마감이 제각각 이뤄지면서 최종 발간까지 발생한 정보의 시차를 메우는 건 온전히 편집자들의 몫이었다. 조 교수는 “출간된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최신 참고 문헌과 판례 등을 반영했다. 집필 내용과 시점의 통일성을 위해 수십 차례 보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실무가들에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고, 형법학자에겐 새로운 생각의 장을 떠올리는 단초가 되며, 예비법률가들에겐 형법의 숲 전체를 바라볼 안목을 키울 안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