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여야 정치인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수 진영에선 일단 대선주자급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새 얼굴이 등장했다는 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장 대표의 지지율 선전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정작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서 정체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선 ‘자기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반대로 장동혁 지도부가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결과라는 지지 의견도 적지 않다.
장 대표가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주저앉은 당 지지율부터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회사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장 대표는 18.3%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14.3%),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12.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8.9%) 등 여권 주자들이 뒤를 이었다.
장 대표는 이같은 결과에 “정부여당을 잘 견제하고 국민 삶을 더 챙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거리를 뒀지만, 당 지도부 의원들 사이에선 여권 주자들도 앞섰다는 데 대해 고무된 반응도 감지된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한국갤럽 리포트에 따르면 9월 1~4주차 국민의힘 지지율은 매주 24%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거쳐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약 40여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반전 계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일부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선 “장 대표가 당의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자기 정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당장 외연 확장이 시급한데, 장외투쟁 등으로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 데 당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집회에서 ‘야당 탄압’이라고 소리치지만, 국민들은 우리가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이나 하겠느냐”라며 “지역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선 장외투쟁을 두고 ‘예배드리러 간다’고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진이나 초재선 모두 지금까지는 ‘장동혁이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태도로 팔짱 끼고 관망하고 있는데, 자꾸 군중의 환호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중도 확장 방법을 고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가 탄핵 반대 강성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는 점을 근본적인 한계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탄핵 찬성파였던 한 초선 의원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이 전 국민의 10%쯤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게 지금 장 대표가 취하고 있는 정치적 스탠스”라며 “계엄에 찬성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도 10%쯤 될 텐데, 그게 지금 딱 우리당 지지율이다. 20% 지지율로 지선을 어떻게 이기냐”고 열변을 토했다.
부산·경남(PK) 지역의 한 의원은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께 반성하지 않는 이상, 국민의힘의 주장에는 뭘해도 설득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여권의 사법부 흔들기, 외교 참사를 아무리 비판해도 ‘내란당’ 딱지 앞에선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장 대표가 취임 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계파 갈등으로 인한 당 내홍을 수습하고 전열을 재정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중진 의원은 “대선 참패 후 전당대회까지만 하더라도 당이 찬탄(탄핵 찬성) 반탄(탄핵 반대)으로 분열하고, 어렵게 띄운 혁신위원회까지 좌초하면서 당이 쪼개질 위기까지 가지 않았느냐”며 “지금은 대여투쟁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어도 이전과 같은 극심한 갈등은 없다. 나름대로 장 대표의 리더십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장외집회를 두고 여러 이견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대여투쟁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내부를 다독이는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 대선 참패를 거치면서 상실감을 겪은 당원과 조직을 추스르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같이 현장에서 뒹굴어야 동료의식도 단단해지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솔직히 장 대표 취임 후 ‘윤 어게인’으로 완전히 쏠릴까 봐 우려했었는데, 아스팔트 우파와는 적당히 거리 두면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선에 대해서도 “장 대표야말로 선거에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이라며 “집토끼는 영남 의원들이 다독이고, 산토끼는 수도권에서 잘 챙기고, 대표는 그 사이에서 나름 가교 역할을 잘해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엇갈리는 데 대해선 당 지도부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대표 지지율이 개인에 대한 평가라면 당 지지율은 전체 의원의 평균값”이라며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점차 올리면 된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