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잇달아 ‘별건 수사’를 지적하면서 특검의 수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띄우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공소장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검의 수사 대상인 김 여사와 무관한 별건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특검의 별건 수사 논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특검, 드루킹 특검 등 과거 특검 때부터 반복돼왔다. 다만 국정농단 특검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 판례 등에서 별건 수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볼 때 김건희 특검 재판에서 별건 수사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 측은 지난달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첫 재판에서 “특검법이 정하는 수사 대상을 벗어난 별건 기소”라고 주장했다. 김씨 변호인은 “특검팀이 말하는 개별 사건들의 주체는 모두 김건희이고, 김건희가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소사실 어디에도 김건희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 측은 “(김씨가 설립한) 비마이카를 통해 김 여사가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사건으로 비마이카는 코바나컨텐츠 전시에도 협찬했다”며 “특검 수사 대상 2호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 2호는 ‘김건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별건 수사 문제는 다른 피고인들도 주장했다. 김 여사 측근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지난 8월 구속적부심 등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별건 수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데, 특검은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이정필씨에게 ‘김 여사나 윤 전 대통령에게 얘기해 집행유예가 나오게 해주겠다’고 언급한 정황을 포착해 그를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표 변호인은 첫 공판 후 기자들에게 “별건 수사로 공소기각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핵심 피의자 3명의 공소장에도 김 여사 언급이 없어 별건 수사 지적이 제기됐다.
특검은 “의혹이 사실인지 실체를 밝히는 것이 특검 수사”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김 여사 개인만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명태균, 건진법사 등이 관여해 국정농단한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16개 항목을 수사하기 위해 특검이 임명된 것”이라며 “법에 명시된 사항은 별건이 아니라 모두 본건 수사”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 때도 별건수사 논란이 제기됐지만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정농단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인지하고 해당 수사에 착수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구속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재판에서 별건 수사라며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1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특검법상 명시된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것으로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의 공범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관련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별건 수사 논란으로 특검이 타격을 받은 사례도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허익범 특검은 별건 수사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드루킹 특검은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드루킹’ 김동원씨 등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을 만나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특검은 송 전 비서관이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 골프장으로부터 급여 명목 2억8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함께 수사했는데, 급여 의혹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별건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드루킹 특검은 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이 김동원씨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를 면담한 것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특검은 의혹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고, 면담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은 “특검팀이 조사에서 혐의점을 발견 못 하자 별건 수사로 압박하고 정치 갈등 키우려는 의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허 특검은 두 비서관 사건을 모두 검찰에 이관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