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에 찬성이었던 국민의힘이 돌연 반대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은 최근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고려할 때 그 속내에 의심을 거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이 의심하는 대목은 ‘이 대통령 재판 뒤집기’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배임죄의 경우 이 대통령의 중단된 5개 재판 중 2개 재판과 연관된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병합 재판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재판에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형사소송법 326조는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됐을 때 면소 선고를 하도록 정한다.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 멈춰있는 재판이 재개돼도 유무죄를 가리치 않은 채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이 이뤄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대장동·백현동 비리 의혹과 법인카드 관련 범죄 모든 것들이 업무상 배임죄라 그것을 없애고자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자체가 국민들에게 모든 범죄사실이 유죄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배임죄 폐지 공식화만 두고 이 대통령 재판 뒤집기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의심하는 또 다른 축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이다. 해당 사건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 중형을 확정받은 상태다. 공범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중단된 이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다만 법원은 이 전 부지사 사건에서 이 대통령과의 공모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달 17일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려 조사실로 술과 연어회 등을 반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 조사를 벌인 결과 실제 조사 과정에서 술과 음식이 제공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감찰 착수를 지시한 상태다.
법무부 조사 결과와 유죄가 확정된 이 전 부지사의 불법 대북송금 혐의는 직접 관련은 없다. 다만 이 대통령 재판과는 연관성이 있다. 당초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인정했던 이 전 부지사는 2023년부터 검찰의 술자리 회유 탓에 허위 진술을 했다며 돌연 진술을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거듭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등 의혹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2일 내부 감찰 결과 윤석열정부 시절 국정원이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 측에 유리한 증거 자료는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국회 보고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대북 사업을 빌미로 주가조작을 시도 중이라는 첩보 문건과 쌍방울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정황 등이다. 대북송금 사건을 쌍방울그룹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보는 여권 일각의 시각과 동일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무부 조사와 국정원 내부 감찰을 두고 검찰 기소의 정당성을 흔들어 이 전 부지사 재심 청구의 근거를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나아가 이를 통해 이 대통령 공소 취소 여론까지 끌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는 입장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의 정부·여당 행보는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제거라는 맥락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