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연중무휴 배송에 택배기사들 “황금연휴는 그림의 떡”

입력 2025-10-06 00:00
서울의 한 쿠팡 캠프에 주차된 배송차량 모습. 연합뉴스

쿠팡 택배 기사 황모(41)씨에게 최장 열흘간의 추석 황금연휴는 ‘그림의 떡’이다. 대부분의 택배사가 추석 전후 최소 3일 이상 배송 중단을 선언했지만, 쿠팡은 연휴 기간에도 정상 운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 5일 “쉬려면 용차(외부 택배기사)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해 명절에도 결국 근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휴 근무가 이제는 당연시되는 분위기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사치처럼 느껴진다”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쿠팡의 ‘365일 배송’ 체제가 택배 기사들의 명절 출근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쿠팡 측은 택배 기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근무일과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연휴에도 일하는 분위기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는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배송을 중단한다. 로젠택배도 4일부터 9일까지 약 6일간 휴무에 들어간다.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정상 배송을 이어가는 건 쿠팡이 유일하다. 택배 노동자 강모(41)씨는 “쿠팡은 ‘원하면 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부담이 기사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라도 쉬면 다음 날 산더미처럼 쌓인 물량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며 “마음 편히 하루 쉬는 게 소원일 정도”라고 토로했다.

쿠팡 택배기사들은 현실적으로 추석 같은 명절에 휴무를 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쿠팡 택배 노동자 대부분은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씨엘에스(CLS)와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 소속 특수 고용형태 노동자다. 쿠팡 택배 기사들이 명절 연휴처럼 장기간 일을 쉬려면 용차를 불러야 하는데, 이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대리점 소속 택배 노동자는 한 건당 평균 800원의 수수료를 받는데, 용차를 쓰면 건당 1500~2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루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많은 금액을 용차비로 써야 하는 것이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대리점은 이러한 추가 비용을 기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CLS 직고용 기사인 ‘쿠팡 친구’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대리점에서는 이들을 활용하는 게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배정 물량을 자체 인력으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이후 재계약 과정에서 구역 축소·계약 해지 등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쿠팡의 연중무휴 배송은 회사의 영업이익을 위한 방침일 뿐”이라며 “최소한 명절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CLS 측은 택배 기사들의 연휴 기간 배송이 의무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CLS 관계자는 “CLS는 주 7일 배송 체제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일반 택배사들보다 먼저 ‘백업 기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며 “위탁 배송 기사들 가운데 일정 비율이 평일·휴일을 가리지 않고 원할 때 휴무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