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하루만 쉬는 北… 그래도 김정은 향한 ‘충성’

입력 2025-10-06 00:01

남한의 추석 연휴가 일주일가량 이어지는 것과 달리 북한은 올해도 추석 당일 하루만 쉰다. ‘민족대이동’ ‘귀성 전쟁’ 등 남한의 추석 풍경도 북한에선 보기 드물다. 북한은 추석을 앞두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충성심을 보이는 우상화 작업을 이어갔다.

6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우리의 추석 연휴가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3일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것과 달리 북한은 추석 당일(6일) 하루만 공휴일이다. 이는 북한 내 추석의 의미가 우리와 달리 체제 유지와 연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추석은 1967년 ‘봉건 잔재 일소’라는 명분으로 사라졌었다. 과거의 낡은 문화를 답습하지 않고 유일 체제를 강조하기 위한 김일성의 의도가 담긴 조치였다. 하지만 북한 주민 사이에선 암암리에 추석 성묘 풍속이 이어졌고, 1972년에는 북한 당국이 성묘를 허용하는 등 부분적으로 추석이 부활했다.

1980년대에 사회주의권의 붕괴가 일어나자 김정일은 추석을 다시 명절로 살렸다. 김정일은 1988년 ‘우리민족제일주의’ 이념을 체계화하고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추석을 활용했다. 이듬해에는 음력설과 한식, 단오 등 다른 명절도 잇달아 되살렸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민속 명절을 내부 위기 극복의 매개체로 활용했다. 2003년 김정일은 음력설을 기본 설로 지정하고 단오와 추석의 명칭을 과거처럼 ‘수리날’ ‘한가위’로 부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매해 추석이 다가오면 유래와 제사 풍습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도 월간지 금수강산에 추석을 설명하는 기사가 실렸다.

사라졌던 추석이 체제 유지를 위해 다시 살아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추석의 중요도는 다른 명절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추석 기간 다른 날보다 지역별 이동은 다소 증가하는 편이지만, 고속도로 교통체증은 찾아보기 힘들다.

추석 풍경은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갖고 성묘나 제사를 지내는 의례를 진행하고 송편, 시루떡, 찰떡 등을 만들어 먹는다. 윷놀이, 씨름 등 민속놀이도 있으며 지역별로 가족, 친척, 지인이 모여 다양한 놀이를 한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끼리 저녁에 모여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는 ‘오락회’를 하거나 친구끼리 포커 등 게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추석을 앞두고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이어갔다. 2일 노동신문은 ‘뜻깊은 10월의 명절을 앞두고 전해지는 자랑찬 소식’이란 제목의 기사를 4면에 싣고 김 위원장의 뜻에 따라 원아들을 위한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공장 현장 이야기를 보도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10절) 80주년을 앞두고 남한의 긴 추석 연휴를 이용해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9월 15일 오물풍선을 살포했으며 연휴 마지막 날(18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