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마다 손 부끄러워”…‘돌봄 최전선’ 지역아동센터, 명절수당도 못 받는다

입력 2025-10-07 00:00
연합뉴스

“명절만 되면 괜히 박탈감이 밀려와요. 추석을 앞두고 아이들 먹일 전을 부치는데, 명절수당도 제대로 못 받는 현실에 ‘손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북 군산 지역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 중인 채현주(54) 센터장의 말이다. 연간 11만명의 아동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필수 인력들이 명절 상여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수당이 국비 지원 항목에서 빠져 있어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따라 일부만 지급되는 실정이다. 저소득·취약계층 아동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마지막 안전망’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예산 당국은 현장의 처우 개선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7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지역아동센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역아동센터 등록 아동 정원 수는 11만9875명이었다. 지역아동센터는 정부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아동복지시설로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문화·정서 지원·지역사회 연계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장애·다문화·한부모·조손가구 등 취약계층 아동들이 주요 서비스 대상으로 전체 등록 아동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을 돌보는 필수인력 1만2717명의 임금은 복지부의 인건비 기준에 따라 책정된다. 올해 기준 센터장은 월 312만9000원, 생활복지사는 월 274만4000원을 받고 일한다. 국비로 지원되는 기본 인건비에 명절 상여금, 가족 수당 등 각종 수당은 빠져있고 지자체에서 재량껏 산정해 준다.

지자체 재정 자립도에 따라 수당 지급 항목과 지원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채 센터장은 “명절수당의 경우 어느 지역은 기본급의 120%를 받는가 하면, 아예 못 받는 곳도 있다”며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다 보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명절을 느끼는 체감도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인렬 전남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63)은 “전남의 경우 한때 명절 수당을 지급했다가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니 지급을 중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불안정한 임금 체계가 인력 이탈을 부른다는 점이다. 정 연합회장은 “지금 전남 지역은 명절 수당이 나오지 않는 데다 처우가 워낙 열악해 이직하는 종사자들이 많은데, 센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붙잡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역아동센터 등록 아동 대다수가 취약계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종사자 이탈은 곧 각 지역의 돌봄 공백으로 이어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소한 명절수당만이라도 국비에 편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현행 인건비가 300억원가량 더 늘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액수가 크다 보니 내년 예산 책정 과정에서도 예산 당국에 증액을 요구하기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마저도 다른 복지 예산 증액분을 의식해 증액 신청을 포기한 셈으로, 그만큼 제도적으로 소외된 분야라는 뜻이다.

인건비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한 급여 체계 외에 지자체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수당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며 “명절수당 포함 여부에 따라 지자체별로 얼마나 임금이 차이가 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