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2억 뛴 서울, 미분양 쌓인 지방은 89만원↓…양극화 어쩌나

입력 2025-10-06 16:0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연합뉴스

주택시장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서울엔 공급이 부족해 기존 아파트와 새 아파트의 가격이 모두 뛰지만, 지방은 청약 미달·악성 미분양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자연히 집값도 하락세다.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보완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이 크게 반응하진 않는 모양새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다섯째주(9월 29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 이후로 5.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3.7% 올랐던 것보다 1.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1.6% 상승하며 전년 동기 누적 상승률(1.5%)을 넘어섰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해(-1.3%)에 이어 올해도 현재까지 1.3% 감소했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중개소에 붙은 매물들. 윤웅 기자

평균 아파트 매맷값을 보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KB부동산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14억3621만원을 기록했다. 1년(12억4378만원) 새 2억원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5개 광역시 아파트값이 3억5740만원에서 3억5651만원으로 89만원이 낮아진 것과 대조된다.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수요가 쏠리는 서울 등 수도권엔 공급이 부족해 희소성이 커지는 데 반해, 지방엔 새 아파트가 지어지고도 주인을 만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도권에는 총 2만3662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경기도가 1만6115가구로 가장 많고, 인천 5431가구, 서울 2116가구 순이다.

문제는 올 4분기 계획된 일반분양 물량이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2020년 2만8557가구, 2021년 2만7326가구, 2022년 3만731가구, 2023년 3만2736가구, 2024년 3만1483가구 등 4분기 평균 수도권 일반분양 물량이 3만가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20%가 줄었다. 적은 공급에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631.6대 1을 기록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의 투시도. 롯데건설 제공

청약의 수도권 및 서울 쏠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전국 분양단지의 1순위 청약자 수 가운데 수도권 청약 비중은 2022~2024년간 38.3→59.9→74.9%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도 9월 넷째 주까지 총 45만3813건의 1순위 청약 가운데 수도권에만 29만4104건(64.8%)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서도 서울에 43%가 몰렸다. 지난달 19일까지 접수된 전국 1순위 청약(45만3548건) 중 서울에 19만4975건이 접수된 것이다. 이는 2004년(47.1%)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 혼조세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수도권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지방 주택시장엔 냉기가 감돈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7.0% 증가한 6만6613채다. 특히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9% 늘어난 2만7584채로 집계됐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두 달 연속 늘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14년 이후 10여 년 만에 2만채를 넘었다. 이 가운데 84%(2만3147채)가 지방에 쌓여 있다. 정부는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을 사면 1주택자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세컨드홈 특혜’를 운영 중이지만, 지방의 악성 미분양은 줄지 않고 있다.

지방 청약 시장 성과도 좋지 않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지난달 19일까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접수를 진행한 지방권역 분양 아파트(보류지, 조합원 취소분 물량 제외) 83곳을 조사한 결과, 전 주택형 1순위가 마감된 단지는 6곳(7.2%)에 불과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택시장 온도 차가 뚜렷하고, 가격과 거래, 미분양, 입주 물량 등 핵심 지표에서 구조적 괴리가 지속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핵심지와 비수도권 거점의 동시 다핵화 전략, 지역 맞춤형 정비·재생·공공임대 재고 확충, 차등적 금융·세제 설계를 포괄한 종합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