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성년자 유인 미수 사건이 잇따르면서 과거 온라인에서 떠돌던 ‘혐중’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실종 통계를 왜곡하거나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납치해 장기매매한다’는 등 허위조작 정보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말부터 시행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기대감이 커진 관광업계에선 괴담이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SNS상엔 “인신매매 납치 정황 조심하라”는 납치·유괴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명 연예인까지 유튜브 방송에 탐정을 초대해 “1년 간 성인 실종자가 10만명이다. 10년이면 대도시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7만1854건이었고 이 중 미해제 건수는 791건에 불과했다.
이런 괴담은 최근 미성년자 약취 유인 사건과 맞물려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지난달 4일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유괴하려 한 20대 남성 3명이 붙잡힌 이후 인천, 대구, 제주 등에서 연이어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문제는 괴담이 확산하며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혐중 정서와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와 연계해 중국인들이 들어오면 납치·유괴 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는 허위 소문이 돌고 있다. 유튜브엔 중국인 무비자 제도로 입국한 중국인들에 의한 납치에 주의하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만 수십여개가 올라온 상태다. 조회수도 대부분 수만회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심지어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까지 엮어 “화재가 무비자 제도를 활용해 중국인을 프리패스 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경찰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관광 업계에선 혐중 기반 허위조작정보가 퍼지며 무비자 제도를 통한 관광 활성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중국 내에서 틱톡 등을 통해 한국의 혐중 분위기가 퍼지면서 문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일단 가이드들에게 혐중 시위 등이 벌어지는 곳을 피하고 최대한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들을 하도록 이야기를 해뒀다”고 말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에 “현재 한국 일부 지역, 서울 명동과 대림동 등지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시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 관광객이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자기보호 의식을 강화하며 현지 정치적 집회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공개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제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잘못된 정보에 기반을 한 혐중 정서가 퍼지면 관광 산업에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조례나 법을 제정하고 관련 협회 등 민간 차원에서도 이런걸 막을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