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후 김건희 특검 파견검사들이 원대복귀를 요청하는 등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파견검사들에게 수사 업무를 강요하는 건 강제노역”이라는 검찰 내부 반응이 나왔다. 복귀를 요청한 특검 파견검사를 겨냥한 정치권 공세가 이어지자 검찰 내부의 비판이 커지는 모습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글을 통해 “현재 수사와 기소는 분리하고 검찰청은 폐지하면서도 특검 수사에는 검사들을 투입해 그 수사역량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행태가 모순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파견 검사들에 대한 업무 강요를 강제노역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공직자는 어떤 시기, 어떤 상황에서도 인사명령에 따라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면서도 “파견검사들이 검찰 제도는 폐지하면서 소멸이 예정된 직접 수사와 재판 직관 업무를 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서 주어진 직무수행의 정당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직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 내용을 공유했다. 이어 파견검사들을 향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원대복귀 요구에 대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 상급자에게 이견을 제시하면 통상 조직이나 상급자는 업무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그 업무수행의 필요성을 설득한다”며 “‘그렇게 목소리 내면 징계받는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받는다’고 겁박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최고 수준 갑질이고 그 상급자가 징계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의 겁박은 독일 나치 시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들에게 동료 유대인을 밀고하라 요구하면서 밀고하지 않으면 계속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을 연상시킨다”며 “앞서 말한 가까운 미래 검찰 해체와 현재 검사의 직무를 둘러싼 모순적인 상황에서 검사들에게 그 양심에 반하는 수사 업무를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강제노역과 같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도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서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가족이 된다’를 언급하며 “검찰의 요즘 상황이 (극 중) 한양체고 럭비부 선수들 같다”며 “검찰청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이후 새 정부는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않았고, 그다음엔 일선의 수사력 있는 정예 멤버들을 특검에 대규모로 차출해 갔다”고 말했다.
강 부장검사는 “더 씁쓸한 건 드라마는 전국체전 우승을 통해 럭비부가 존치됐지만 현실의 검찰은 특검 파견 검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수사해서 실적을 내더라도, 검사들이 일선에서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상황이 변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라며 “검찰청 폐지를 비롯해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의견 제시를 개개 검사의 불만으로만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또 “태극기를 흔드는 3·1 운동으로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의 부당성을 알린 3·1 운동을 의미 없다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건희 특검 파견검사 40명 전원은 지난달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수사 검사의 공소 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 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원대 복귀를 요청했다. 내란 특검에서도 지난달 16일 모여 논의가 진행됐으나 집단 의견 표명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양한주 박재현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