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사업의 무게추를 전기차에서 휴머노이드로 옮기고 있다. 회의론이 가득했던 전기차 산업에 선구적으로 뛰어들어 시장을 이끌었던 테슬라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도 전에 사업 방향을 튼 거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던 시절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로봇 노동자 시대’ 개척에 나선 셈이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179만대로 전년(약 181만대)보다 줄었다. 지난 8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38%로 201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의 안전성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독보적 1위 웨이모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의 꺼낸 카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회사의 미래 비전을 담은 ‘마스터플랜4’를 공개하면서 “옵티머스(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는 노동에 대한 인식과 역량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를 통해 ‘노동’을 재정의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테슬라의 기업가치 중 약 80%가 옵티머스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1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지난 4월보다 배 이상 높은 459.4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업계에선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이나 물류 창고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실화하면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기업이 10만 달러짜리 옵티머스 1대를 도입해 5년간 24시간 가동하면 시간당 인건비는 약 14달러다.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인건비(38달러)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생산량이 늘어 로봇 가격이 3만달러까지 떨어지면 시간당 인건비는 5달러 수준까지 낮아진다.
다만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사업은 계속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옵티머스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밀란 코박이 지난 6월 퇴사한 데 이어 지난달엔 옵티머스 인공지능(AI)팀 리더였던 아시시 쿠마르가 메타로 이직했다. 당초 머스크는 올해 옵티머스를 5000대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수백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스터플랜4 발표에서도 옵티머스를 언제 생산공장에 투입할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구체적인 돌파구나 타임라인, 마감일도 없는 얘기는 제대로 된 계획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로봇 공학자 로드니 브룩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가 투자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인간의 동작을 영상으로 보여줘 로봇에 숙련성을 가르치는 방식은 매우 환상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