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해민 “통합우승 주장 꿈꿔“

입력 2025-10-02 00:30
LG 트윈스 박해민이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전하고 있다. 최원준 기자

주장으로서 LG 트윈스의 2025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박해민은 “한화와 SSG의 경기가 9회 말 2아웃이 되는 걸 보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며 “역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우승 순간을 돌아봤다.

박해민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목은 쉬어 있었다. 그는 “자력 우승에 실패한 뒤, 다른 팀의 도움을 받아 우승하면 감동이 덜할 줄 알았다”면서도 “막상 우승하고 나니 그런 건 없더라.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1위 결정전을 두고 가졌던 부담감도 털어놨다. 박해민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2021년 KT 위즈와 선두 자리를 놓고 타이브레이커를 경험했다. 당시 삼성은 KT에 패해 2위로 플레이오프(PO)로 향한 뒤, 두산 베어스에 업셋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타이브레이커를 치러본 사람으로서 그 부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마음의 무게를 모두 떨쳐버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사다난했던 시즌도 되돌아봤다. 박해민은 “시즌 내내 위기가 반복됐다. (홍)창기가 다쳤을 때, 엘리저 에르난데스가 팀을 떠날 때가 특히 힘들었다”며 “사실 매 순간 위기였는데 선수와 프런트, 팬이 합심해서 극복했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본인의 활약상에 대해선 겸손했다. 올 시즌 타율 0.276(442타수 122안타) 3홈런, 43타점, 80득점을 기록했다. 49차례나 베이스를 훔치며 이 부문 선두다. 팀의 시즌 분수령으로 평가됐던 7월 22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4-7로 끌려가던 9회 동점 쓰리런을 터트리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LG는 상승세를 탔다. 박해민은 “그 홈런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건 맞지만, 우승의 결정적 장면이었다는 말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당시 찬스를 만들어준 동료들 덕분에 홈런을 칠 수 있었고, 그런 순간이 차곡차곡 쌓여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선은 한국시리즈(KS)로 향한다. 박해민은 “막판 경기를 치르며 1승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험이 좋은 약이 될 것 같다”며 “시즌 막판의 어려움을 마음속에 품고 KS 준비에 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새삼 2년 전 (오)지환이 형이 주장으로서 통합우승을 일궈낸 게 대단하다고 느낀다”며 “이번에도 동료들이 힘을 모아 나를 통합우승 주장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