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올해 여름 ‘해운대페스타’ 파행으로 시민 눈총을 산 데 이어 과거부터 인사·계약·교통 행정 전반에서 부실과 특혜가 만연했던 사실이 부산시 종합감사에서 드러났다. 입찰 자격 없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교육훈련 시간을 채우지 못한 직원이 승진하거나 어린이 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대거 면제하는 등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을 방치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29일 공개한 ‘2025년 해운대구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감사위는 모두 27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해 119명(징계 1, 훈계 17, 주의 101)의 신분상 조치와 35억7000만원 규모의 재정상 조치를 통보했다. 이번 감사는 축제 용역을 비롯해 인사·재정·교통·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행정 신뢰를 무너뜨린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 대표 행사인 ‘해운대 카운트다운·해맞이 축제’ 용역 부실이다. 구는 2021년 행사부터 자격 미달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업체는 행사대행업 등록은 되어 있었지만, 필수 조건인 ‘축제 기획 및 대행 서비스’가 아닌 ‘기타 행사 기획’ 품목만 보유해 애초 참가 자격이 없었다. 그럼에도 단독 응찰했다는 이유로 낙찰을 받아 4년간 행사를 독점했다. 제안서 발표자 재직증명서 누락, 외부인의 배석 참여, 기술 인력 보유 현황 허위 제출 등 반복된 하자가 있었지만 구는 이를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감사위는 담당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인사 관리에서도 공정성 훼손 사례가 드러났다. 교육훈련 시간을 채우지 못해 승진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직원 3명이 그대로 승진 임용됐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경력증명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지원자 3명의 경력이 그대로 인정됐고, 이 중 1명이 최종 합격해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교통 행정의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위는 해운대구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무분별하게 면제했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은 어떤 차량도 정차·주차할 수 없는 절대 금지 구역이지만, 구는 물품 상·하차 등을 이유로 과태료 부과를 면제해 총 215건, 2억7950만원을 제대로 징수하지 않았다. 특히 승용차나 승합차, 건설기계까지도 의견진술만으로 면제가 이뤄져 단속 자체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밖에도 ▷사망자 명의 차량이 불법 주정차에 단속됐음에도 운행 정지 조치하지 않은 점 ▷온천 이용 허가 기간이 만료된 시설이 무단 사용되도록 방치한 점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산정 오류로 2억5000만원 넘게 과소 부과한 점 등 각종 관리 부실이 줄줄이 적발됐다.
시 감사위는 “입찰 자격 검증, 승진 심사, 교통 단속 등 시민 신뢰와 직결되는 행정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며 “자격 미달자 승진과 과태료 면제 남발은 특히 시민 눈높이에 비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