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멕시코인으로 희화화한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해 인종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MSNBC 인터뷰를 딥페이크로 조작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흑인인 제프리스 대표가 멕시코 전통 모자인 솜브레로를 쓰고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4명이 각각 트럼펫 등 악기를 들고 멕시코 민속 음악 ‘마리아치’를 연주하는 모습이 합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에도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중단)을 막기 위한 타협이 불발되자 민주당 지도부를 인종차별적인 비유를 곁들여 조롱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흑인·라틴계 유권자에게도 외면당했다며 이들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면 우리에게 투표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영상 속 슈머 원내대표는 비속어를 섞어가며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이 영어를 못 하고 지능이 낮아서 민주당의 본질을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그의 실제 발언이 아닌 딥페이크로 조작된 내용이다. 이 영상에서도 제프리스 대표는 솜브레로를 쓰고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의 표를 얻을 속셈으로 보건의료 예산 삭감 복원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리면서 공화당 지지층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멕시코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멕시코인을 불법 이민자로 일반화하고 유색인종 유권자들을 비하한 이 영상은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엑스(X)에 “편견은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다”며 “삭감을 취소하라, 비용을 낮춰라, 의료를 구하라.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피터 로게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풍자 여부와 상관없이 인종차별적”이라며 “미국 대통령은 국민을 하나로 모을 책임이 있다. 멕시코계 이민자를 불법 이민자로 일반화하고 흑인과 라틴계를 지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하는 이런 영상을 공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부대변인은 “완벽한 밈(meme)에 분노할 시간에 민주당은 셧다운으로 고통받을 수많은 미국인에 집중하라”고 반박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