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간 고수온 피해 복구에만 2300억원…적응 어종 개발 246억원 들이고도 상용화는 ‘0건’

입력 2025-10-02 05:00
뉴시스

기후변화로 고수온 피해가 커지면서 최근 5년간 고수온 피해 복구에 약 2300억원의 예산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고수온 피해는 양식재해보험 기본계약에 포함되지 않아 가입률이 30%대에 그치고, 정부가 추진해온 적응 어종 개발도 성과가 없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전국 양식장 고수온 피해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수온 피해 액수는 2170억38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국 단위로 피해 규모가 커지며 1430억2000만원 상당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고수온 피해 어가 재난지원금으로는 1164억2300만원이 쓰였다.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양식보험 국비 지원으로 빠져나간 돈은 1159억600만원이었다. 고수온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이제껏 2323억29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셈이다.

문제는 보험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복구비 부담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식재해보험은 고수온 피해가 기본계약에 포함되지 않아 선택 특약을 들어야만 보장할 수 있다. 어민이 추가 부담을 져야 하다 보니 가입률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 8월 기준 고수온 특약 전국 평균 가입률은 30.7%였다. 지난 5년간 고수온 특약에 대한 국비 지원도 184억8300만원에 불과했다. 고수온 보상 보험을 들지 않은 어가에 대한 지원 한도액은 5000만원에 그쳤다.

기후변화로 고수온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고수온 일수는 22일에서 71일로 급증했고,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지급액도 고수온 피해 건에서만 194% 늘어났다.

정부가 고수온 대응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고수온 적응 어종 개발 및 신품종 양식기술 연구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는 2018년부터 약 246억원을 투입해 주요 양식품종(넙치, 전복, 김 등)의 고수온 내성 육종 연구와 신품종 양식기술 개발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어업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례는 전무하다.

어 의원은 “우리 바다의 고수온 현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고수온 적응 어종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보험 제도를 전면개선해 어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