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 공사 구간에서 지난 4월 잇따라 발생한 땅 꺼짐 사고는 차수 벽체 시공 품질 저하와 지하수 관리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1일 브리핑을 하고 설계 변경 과정에서 흙막이 차수 기능 확보에 실패한 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고는 4월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발생했다. 13일에는 사상구 새벽로 99번지 동서고가 하부에서 3.0×4.5×5.0m 규모의 지반이 꺼졌고, 14일에는 새벽로 140번지 코콤 교차로 인근에서 0.8×0.8×0.5m 규모의 소규모 공동이 확인됐다.
조사위는 현장 조사와 자료 분석 결과 애초 설계된 ‘겹침 주 열 말뚝 공법(CIP)’이 상하수도관 등 장애물과 교통 민원으로 ‘H-파일+토류벽콘크리트’ 방식으로 바뀌고, 여기에 ‘차수 공법(SGR)’이 추가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밝혔다. CIP는 원천적으로 침투수를 차단할 수 있으나, 변경된 공법은 별도의 차수 기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공 과정에서 공극을 충분히 메우지 못해 누수가 발생했고, 지하 수위가 2~3m 이상 하강하면서 세립분 유출과 공동 형성이 진행됐다.
동서고가 구간은 우수 박스 옆벽을 관통한 폐관 다발이 절단된 채 방치돼 장기간 누수가 이어졌고 코콤 교차로는 하수관이 내려앉아 파손되며 추가 누수가 발생했다. 여기에 4월 12~13일 내린 누적 강우량이 더해지면서 굴착 구간과 수두 차가 커지고 결국 차수 벽체가 기능을 잃으며 최종 땅 꺼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조사위는 “수평 그라우팅을 다수 실시했음에도 누수가 계속됐다는 것은 차수능 확보 방안이 충분치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계측값도 단순 비교에 그쳐 이상 징후를 제때 포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수직형 고압 분사식 차수 그라우팅 적용, 파손 지하 매설물 정비, 자동 계측 기반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전 구간 지반침하위험도평가 시행 등을 권고했다.
시는 지난 4월부터 행정부시장을 중심으로 ‘도로지반침하 특별대책 상설 전담 조직(TF)’을 운영하며 대응 중이다. 새벽로 일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월 2회), 상수도관 원격 누수 감시(56곳), 지하 수위 계측 확대(108곳) 등 다각적인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순기 시 도시공간계획국장은 “사고 조사의 목적은 원인을 규명해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며 “위원회의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고 TF를 통해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