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허가로 다시 불붙은 제주-전남 ‘사수도 갈등’

입력 2025-10-01 14:17 수정 2025-10-01 14:25
사수도(가운데 붉은 표시)는 제주도와 완도군 사이에 위치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캡처.

사수도를 둘러싼 제주도와 전남도 간 관할권 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50년 전 시작된 이 갈등은 2008년 헌법재판소가 사수도를 제주도 관할로 판단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는데, 이번엔 주변 해역을 두고 양측이 다시 맞붙고 있다.

전남도는 1일 “제주도와 진행 중인 ‘사수도 해상경계 권한쟁의심판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법적 대응과 자료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3년 전남 완도군이 사수도 인근 해역에 풍황계측기 설치를 허가하자, 제주도가 관할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전남도는 “해당 해역은 제주도 관할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전남도는 그 근거로 사수도 인근해역이 완도군 관할로 표시된 조선총독부 지형도(1918년)와 체신지도(1959년)·한국항로표식분포도(1959년)·대한민국전도(1960년)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전남도는 또 “제주도가 사수도 해상경계 권한쟁의심판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자 해상풍력발전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할권 침해가 예상되는 만큼 전남도와 완도군도 제주도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수도 분쟁은 1979년 완도가 사수도를 ‘장수도’라 부르며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제주도는 1919년 사수도가 북제주군으로 지적 등록됐다고 맞섰고, 2008년 헌법재판소는 제주도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해상경계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최근 갈등은 2023년 완도군이 풍황계측기 설치를 허가하면서 재점화됐다. 제주도는 관할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아직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는 해당 해역에서 추자 해상풍력발전 공모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남도와 완도군은 사전 협의 없이 사업이 진행된 점을 문제 삼아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같은 이유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양 지자체는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일에는 완도군 어업인들이 사수도 해역에서 해상 시위를 벌였다. 같은 달 30일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사수도를 찾아 제주도기를 게양하며 관할권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사수도는 제주시 추자면에 속한 무인도로 제주도 추자도에서 동쪽으로 약 28㎞,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도에서 남쪽으로 약 22㎞ 떨어져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