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분류(ICD-11)에 등재했지만 한국은 사회적 합의 부족과 부처 간 입장 차이로 아직도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치료체계 주장과 산업계의 반발이 맞물리며 정책 혼선도 깊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9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2421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18~29세 청년의 18%가 게임이용장애 고위험군에 해당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는 WHO 국제기준을 원칙적으로 반영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심의에 따라 KCD 반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2019년 WHO가 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한 직후부터 공식 진단과 치료체계 구축을 시작했다. 국가가 NHS를 통해 진단·치료 대상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 대해선 “정신질환 분류법 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질환(Conditions for further study)’으로 분류하고 있어 질병코드 부여 자체에 상당히 유보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은 게임중독 문제를 공공의료 차원에서 공식 인정하고 강력한 규제와 관리 정책을 시행하고, 일본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해 국가 공공 보건체계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공공정신건강센터를 통해 진단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WHO 기준에 따라 질병분류코드를 KCD에 반영할 수 있으나 실제로 WHO 질병코드가 등재됐더라도 국내에서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근거, 국내 여건 등을 고려해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다만 “민관협의체의 충의와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는 데 시일이 걸리고 있으며 장기간 논의에도 불구하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사회적·학문적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가 일상생활과 건강에 실질적 피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 및 치료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 이용 차별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산업 경쟁력과 문화콘텐츠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정부 및 학계·연구기관의 역할 상 체계적인 게임중독 관리와 산업 진흥을 고려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며 “규제 필요성과 산업적 특수성을 함께 반영한 단계적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