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따라하다…美 어린이 ‘컵라면 화상’ 잇따라 발생

입력 2025-10-01 09:48

넷플릭스 역대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유행이 뜻밖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들이 컵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을 따라 하던 미국 어린이들이 잇따라 화상을 입으면서 병원이 경고에 나선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의 슈라이너스 어린이 병원은 최근 병원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케데헌’의 라면 먹방 장면을 재연하는 챌린지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컵라면은 어린이 화상 원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슈라이너 병원에서도 이런 부상을 일주일에 2~3건씩 관련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틱톡 등 SNS에는 ‘케이팝누들챌린지’, ‘데몬헌터스라면’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어린 팬들이 라면을 끓여 먹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이 데몬과 싸우던 중에도 컵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고 붓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주전자를 휘둘러 데몬을 내리치거나, 그 주전자에 담긴 끓는 물을 부어 컵라면을 먹는 장면은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장면은 현실에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어린이 화상 치료 전문의 콜린 라이언 박사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피부가 얇아 더 낮은 온도와 더 짧은 노출에도 화상 위험이 크다”며 “특히 면발은 끈적거리고 열을 오래 유지해 단순히 뜨거운 물에 데이는 것보다 더 깊고 심각한 화상을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박사는 “이러한 유형의 외상은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재미있는 트렌드를 즐기길 바라지만 반드시 어른 감독하에 안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레인지 사용 시 적절한 용기를 사용해야 하며 단 한 번의 사고도 깊고 고통스러운 화상을 남기며 정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만약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경우 즉시 뜨거운 액체에서 분리한 뒤, 옷 제거한 후 20분 이상 흐르는 찬물로 식힐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직접적인 얼음 사용을 금지하고 필요하면 응급실 방문해야 하며, 소아 전문 화상 치료 등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케데헌’ 열풍이 불기 전에도 컵라면은 어린이 화상의 주요 원인이었다”며 “부모가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3년 시카고대 어린이병원 조사에서도 소아 화상 입원 환자의 31%가 컵라면으로 인한 부상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