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대미 로비 5년 새 2배↑…삼성만 작년 862만달러

입력 2025-10-01 08:07 수정 2025-10-02 07: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미 로비 금액이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는 같은 기간 로비 금액이 10배 이상 급증했고, 삼성은 작년 한 해에만 862만 달러(121억원)를 투입했다.

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0~2025년 상반기 미국 상원에 제출된 로비공개법(LDA)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조사 기간 로비를 신고한 국내 주요 기업의 법인은 52곳이었다.

미국에서 로비 활동은 이익단체의 의견이나 요구를 정부나 의회에 전달하는 합법적인 행위로, 관련된 내역은 LDA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대미 로비 금액은 2020년 1553만 달러, 2021년 2161만 달러, 2022년 2380만 달러, 2023년 2492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치러진 작년에는 전년 대비 41.8% 증가한 3532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는 1966만 달러로 전년 동기(1747만 달러) 대비 12.6% 늘었다.

제출된 로비 보고서도 2020년 127건에서 2021년 160건, 2022년 185건, 2023년 222건, 2024년 288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161건이 제출됐다.

작년 기준 로비로 100만 달러 이상을 사용한 그룹은 삼성, SK, 한화, 현대차, LG, 영풍 등 6곳이다. 영풍의 경우 기업집단 내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고려아연이 쓴 자금이다.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기업 쿠팡Inc도 100만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삼성은 지난해 간접지출 256만 달러, 직접지출 606만 달러 등 총 862만 달러를 투입하며 가장 많은 로비 금액을 썼다. 이는 삼성전자, 삼성반도체, 삼성SDI, 이매진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SK는 간접지출 179만 달러, 직접지출 529만 달러 등 총 708만 달러를 지출했다. 한화는 간접지출 214만 달러, 직접지출 391만 달러 등 총 605만 달러를 사용했다.

이어 현대차(478만 달러), LG(134만 달러), 영풍(100만 달러), 포스코(96만 달러), 한국무역협회(49만 달러), CJ(40만 달러) 순이었다. 쿠팡Inc은 331만 달러를 썼다.

2020년과 비교해 로비 금액이 가장 늘어난 그룹은 한화였다. 한화는 2020년 45만 달러에서 2024년 605만 달러로 1244.4% 급증했다.

이는 한화큐셀 중심의 직접적인 로비 활동이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화큐셀은 2023년 대규모 태양광 공장 증설을 발표한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은 같은 기간 504만 달러에서 862만 달러로 71.0% 늘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SDI도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그룹별 누적 로비 금액은 삼성이 3964만 달러로 1위였다. 이어 SK(3598만 달러), 현대차(2357만 달러), 한화(1298만 달러), 쿠팡Inc(799만 달러) 순이다.

CEO스코어는 “미국 대선 시기와 맞물려 새 정부 출범 및 정치 리스크 대비, 미국 산업정책 대응, 대미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대미 로비 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