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트럼프, 김정은과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어”

입력 2025-10-01 06:57 수정 2025-10-01 09: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 조건(any preconditions)’ 없이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백악관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화에는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핵 문제 언급 없이 북한과 대화하는 데 열려 있느냐는 언론 질의에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전제 조건도 없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주 비슷한 질의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전제 조건’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라는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이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관측된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한반도를 안정화시키는 3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과거 정상 회담의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지속해서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나타내 대화 의지를 드러내왔다. 트럼프는 지난 8월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그것(만남)을 추진하겠다”며 “가능하면 올해 만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피스메이커(peacemaker)’를 맡아주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침묵하던 김 위원장되 최근 대화 의사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백악관이 북·미 대화에 열린 입장을 나타내면서 다음 달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가까운 미래에 만난다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 비핵화’가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회의를 연 뒤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북한의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 연설에서 “우리에게 비핵화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절대로 주권 포기, 생존권 포기, 위헌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가 전격적으로 진행되더라도 비핵화 문제를 두고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