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응급실 1위 질환이 ‘입병’ … “명절 구강관리 비상”

입력 2025-09-30 23:54 수정 2025-10-01 06:48

명절마다 반복되는 구강 응급환자 급증의 이유는 뭘까.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지만, 치과의사로서 나는 매년 이맘때면 걱정이 앞선다. 명절 연휴 중 구강 응급환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추석 연휴 응급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구강 관련 응급질환(급성치주염, 치수염, 구내염 등)이 전체 응급실 내원 원인의 23%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평상시(8.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명절 구강질환 급증의 3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과도한 당분 섭취
추석 상차림의 대부분은 당분이 높은 음식들이다. 송편, 전, 나물 등에 들어간 설탕과 조미료는 구강 내 세균의 먹이가 된다. 특히 송편의 경우 찹쌀가루가 치아 사이사이에 끼어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되기 쉽다.

둘째, 불규칙한 식사패턴
명절 기간 중 온종일 이어지는 간식과 음주는 구강 내 pH를 지속적으로 산성으로 만든다. 정상적인 구강 환경이 회복될 시간이 없어 치아 부식과 잇몸 염증이 가속화된다.

셋째, 구강 관리 소홀
고향 방문, 성묘, 친지 방문 등으로 바쁜 일정이 이어지면서 평소 구강 관리 루틴이 무너진다. 특히 외식이 잦아지면서 식후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추석 연휴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떠올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먼저 50대 남성 A 씨의 경우다. 추석 첫날부터 연일 이어진 음주와 기름진 음식 섭취로 잇몸이 심하게 부어올랐다. “평소에도 잇몸이 좀 안 좋았는데 연휴 동안 양치질을 대충 하다 보니…” 라며 후회했다.

30대 여성 B 씨는 송편을 먹다가 치아가 깨졌다. “견과류가 들어간 송편을 먹는데 갑자기 ‘딱’ 소리가 나면서 아팠어요. 평소 충치가 있었는데 내버려 뒀더니 약해진 치아가 부러진 거였어요.”

전문의가 제안하는 명절 구강 관리법
즉시 실천 가능한 5가지 원칙이 있다. 식후 30분 내 양치질 필수 : 특히 당분이 높은 음식 섭취 후에는 반드시 양치질한다. 외출 시에는 휴대용 칫솔 세트를 준비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셔 구강 내 세균과 음식 찌꺼기를 자연스럽게 씻어낸다. 단단한 음식 주의: 견과류나 딱딱한 과일을 먹을 때는 천천히 씹어 치아 손상을 예방한다.

술과 담배 자제: 알코올과 니코틴은 구강 내 면역력을 떨어뜨려 염증을 악화시킨다. 구강 마사지: 손가락으로 잇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근본적 해결책: 구강 미생물 관리
하지만 이런 일시적 관리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명절 후 구강 건강을 빠르게 회복하고 예방하려면 구강 내 미생물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최근 구강의학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바로 ‘구강 프로바이오틱스’다. 구강 전용 유산균을 통해 유해균은 억제하고 유익균은 늘려 건강한 구강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구강유산균 요법을 적용해본 결과, 기존 치료법 대비 염증 개선 속도가 2배 이상 빨랐고, 재발률도 현저히 낮았다.

명절 이후가 더 중요
명절이 끝나고 나서 연휴 동안 쌓인 구강 내 세균과 염증을 빠르게 해결하지 않으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구강염증이 전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마치며
20여 년간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구강 건강은 ‘예방’이 최고의 치료라는 것이다. 명절 기간 잠깐의 방심이 몇 개월간의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되, 구강 건강도 함께 챙기시길 바란다. 가족 모두가 건강한 미소로 보내는 명절이 되기를 치과의사로서 간절히 바란다. 도움말=닥터이지치과 이지영(서울대 치의학박사) 원장

정리=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