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위 신앙 꽃 피우는 병원…충남 공주 주은라파스요양병원의 특별한 사역

입력 2025-09-30 19:56
충남 공주시 주은라파스병원은 현재 230여명의 환우와 직원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으로 세워 가고 있다.

“복음으로 전도하고 믿음으로 치유 받습니다.”

충남 공주시 외곽의 조용한 시골 마을. 야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신앙과 돌봄이 어우러진 병원이 있다. ‘주은라파스요양병원’(이사장 이웅재·원장 남영숙)은 환우들의 육체적 치료는 물론 영혼의 치유와 회복까지 함께 돕는 특별한 사역의 장이다.

한국 사회는 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기대수명은 83.6세, 건강수명은 72.5세로 그 격차는 11년을 넘어섰다. 이는 노년기에 병상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믿음을 가진 자녀들은 부모님의 육체적 노후로 인해 ‘그저 건강하게 주님과 함께 믿음의 여정을 잘 마무리 하시길…’ 기도한다. 하지만 병상에서 복음을 들을 기회조차 없거나, 불신앙 가운데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부모의 모습은 큰 고통이 되기도 한다. 주은라파스요양병원은 이 같은 염려를 가진 가족들에게 복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앙으로 시작된 병원, 은혜로 이어지다
‘당신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축복의 통로’라는 포근한 찬양 소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병원의 시작은 남다른 신앙고백에서 비롯됐다. 남영숙 원장은 “남동생의 생명을 하나님께 드리며 믿음을 얻게 됐다”며 “그 이후로 복음을 전하는 인생이 됐다”고 고백했다.

주은라파스요양병원의 이사장이자 원장인 이웅재, 남영숙 부부가 함께 걸으며 병원을 소개 하고 있다.

남 원장은 자신의 전도에 남편의 수입 절반을 쏟아부었던 ‘전도왕’ 출신이다. 남편인 이웅재 이사장은 결혼 후 신앙을 갖게 됐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실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주로 이주했고 2003년 폐교 건물을 인수해 29병상의 ‘주은의원’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전도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 달라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이 이 길을 제시하셨다”는 게 남 원장의 고백이다.

주은라파스요양병원은 ‘주님의 은혜로 치료하는 병원’이라는 뜻처럼 기도와 예배가 중심이다. 코로나 때는 하루에 3~4회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현재는 주일과 수요예배는 물론, 매일 아침 큐티(QT·말씀묵상) 모임이 열리고 환우들을 위한 기도와 상담, 위로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가 기도와 예배를 통해 70~80%가 사라져 퇴원하는 등 많은 간증도 생겼다.

전인적 치유의 공간
병원은 5만2800㎡(약 1만6000평) 부지에 9900㎡(3000평)의 의료시설을 갖추고 요양·재활·치매·암 병동 전문 진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양방과 한방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 있으며, 환우들이 자연 속에서 치유를 누릴 수 있도록 파크골프장(9홀), 주은농장, 효광장, 기공광장, 소나무·편백나무 산책로 등도 조성돼 있다.

주은라파스병원의 예배 모습으로 환우들이 찬양대로 봉사하며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웅재 이사장은 “환우들의 안락한 노후와 재활을 위해 우수한 의료진과 치료사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식단, 심리치료, 야외 재활시설까지 마련해 특화된 일과표로 생활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와 교통 지원도 이어오고 있으며 병원은 코로나 이전까지 50여개 미자립교회를 후원하며 선교에도 앞장섰다.

다시 초심으로, 복음의 자리로
병원을 향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위기 속에서도 이어졌다. 개원 직후 인근 양계장에서 파리 떼가 병원을 덮쳤지만, 그 양계장이 폭설로 문을 닫게 되면서 해당 부지를 인수해 병원으로 확장하게 됐다. “병원을 지으면 하나님이 채워 주셨다”는 남 원장의 고백은 병원의 현재를 설명하는 가장 진실한 표현이다.

그러나 아픔도 있었다. 한 암 환우는 병원에서 치료와 함께 신앙을 받아들였으나 퇴원 후 믿음을 잃고 병이 재발해 돌아오기도 했다. 12년간 예배를 빠지지 않던 환우가 믿음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남 원장은 이를 “하나님이 주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사인”이라며 “기도와 예배에 더욱 정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 원장은 산책과 운동 중에도 환우들의 고통과 고민, 어려움을 듣고 상담하며 기도로 돕고 있다.

이 이사장은 병원에 오래 머무는 환우들이 “가족에게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 질병으로 인한 가난한 마음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시선과 친절한 말, 기도하는 손길로 이들의 마음을 열고 복음을 전하는 병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곳이 주님의 은혜의 동산, 여호와 라파의 치유가 임하는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공주=글·사진 김성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