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와 급변하는 무역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양 정상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구축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선결 조건으로 ‘비핵화 포기’를 요구한 상황에서 한·일 양국은 비핵화 목표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회담은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오후 4시49분쯤 시작해 오후 6시5분에 종료됐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진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 6월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했으며, 지난달 23일에는 이 대통령이 방일해 이시바 총리를 만났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회담 직후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한국 정부의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노력을 설명하며 일본 협력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도 양국이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함께 행동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인구 소멸과 지방 활성화, 인공지능(AI)·수소에너지 등 첨단기술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재명정부 핵심 사업 중 하나이자, 부산 지역 숙원 사업인 북극항로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또 ‘셔틀외교’ 활성화를 통해 한·일 간 협력 기반을 다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며 “양국 간 협력의 성과가 축적되면 그 성과가 대화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에 대해 “다른 나라이므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정권에 바라는 것은 역시 이 관계를 불가역적으로 되돌리지 말고 발전적으로 추진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 달 4일 일본 집권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하고 이어 국회에서 신임 총리가 결정되면 퇴임할 예정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회담에 대해 “지난번 도쿄 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더 폭넓게 논의를 심화하고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셔틀 외교가 실천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다면서 “빈도를 높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셔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