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 알트코인 잡았다면 수익률 ‘-80%’… 거래소만 배불려

입력 2025-10-01 05:00

상장 첫날 급등하는 듯하더니 하루 이틀 만에 폭락. 최근 업비트와 빗썸에 상장되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원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투톱’인 업비트와 빗썸이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듯 알트코인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거래소들이 상장 문턱을 낮춰서라도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정작 투자자들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9월 한 달 업비트와 빗썸 원화 마켓에 상장된 알트코인은 상장 첫날 고점 대비 대부분 반 토막 이상으로 폭락했다. 이 기간 업비트 원화 마켓에 상장된 알트코인은 15개인데 29일 종가 기준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준으로 빗썸에선 21개가 상장됐고, 이 가운데 20개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9일 업비트와 빗썸에 동시 상장된 ‘팔콘파이낸스(FF)’는 첫날 급등 뒤 곧장 추락했다. 업비트에서 팔콘파이낸스는 상장 첫날 고점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83.87%까지 떨어졌다. 바운드리스(ZKC), 미라네트워크(MIRA), 제로지(0G) 역시 보름도 되지 않아 첫날 고점에서 80% 이상 밀려났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의 상장 기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업비트는 그동안 빗썸과 달리 보수적인 상장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빗썸의 점유율 추격이 거세지자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지난 9일 월드코인(WLD) 효과로 점유율을 업비트와 대등한 수준인 45%까지 끌어올렸다”며 “업비트도 위기감을 느끼고 상장 정책을 완화해 거래량을 불리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간 업비트는 빗썸과 달리 밈 코인이나 단독 상장을 꺼려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운영사 오픈 AI 창업자 샘 올트먼이 추진한 월드코인도 이번에야 상장했다. 그간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미뤄왔지만, 빗썸이 월드코인을 무기로 점유율을 추격하자 결국 긴급 상장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업비트는 월드코인 가격이 급등한 9월 9일 밤 급하게 상장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지난 22~28일 서울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 ‘KBW(Korea Blockchain Week) 2025’의 영향도 지목한다. 행사에 참석한 해외 알트코인 재단 관계자들이 업비트와 빗썸 측과 접촉해 단기간에 상장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 닥사(DAXA) 컨퍼런스룸에서 가상자산사업자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이벤트와 고위험 상품 출시 등 단기 실적에만 몰두한 왜곡된 경쟁으로 이용자의 신뢰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용자 시각에서 신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최근 업비트와 빗썸의 무분별한 알트코인 상장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