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본원이 위치한 대전시가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단 한 건의 재난문자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내에서 벌어진 사고로 적잖은 시스템이 차질을 빚었는데도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전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는 국정자원 화재 관련 재난문자 발송 여부·내역 관련 질의에 “해당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재난문자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문자와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로 나뉘는데, 화재 발생 이후 나흘간 이중 어느 것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구역 내에서 발생한 재난에 한해 재난문자 송출 요청 권한을 가진다. 여기에는 자연재난 외에도 신속한 초동 대응 등이 필요한 사회재난도 포함된다. 국정자원의 경우,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특성상 추가 폭발 및 확산이 우려됐었다.
재난문자 발송 지연에 관한 지적은 야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앞서 국민의힘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은 행정안전부가 27일 오전 8시 문자를 발송한 것을 두고 ‘늑장 재난문자’라고 규정했다.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정부는 국정자원 긴급재난문자도 3시간이나 늦게 보냈다”고 비판했다.
대전시는 사태 직후 다른 부처·기관에서 먼저 보낸 재난문자를 고려해 별도 발송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규정상 중복 발송을 안 하게 돼 있고, (과도한 발송으로) 민원이 들어오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화재 당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와 소방청, 이후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등이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 같은 해명을 두고 반론도 나온다. 중복·반복 발송 금지는 서로 다른 기관이 동일한 단순 정보를 보내지 않도록 하는 방침으로, 같은 사안이더라도 안내 내용이 다르면 관계없다는 취지다.
윤 의원 측은 대전시 차원의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시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전시는 지난 28일 오후 5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는데, 이는 화재 발생으로부터 45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이라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번 사고로 대전시에서만 교통 법규 위반 과태료, 정보공개 청구 등 22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국민과 밀접한 시스템이 다운됐고, 심지어 관내에서 벌어진 화재인데도 재난문자 한 번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사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