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창업학회가 K-컬처 확산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2차 티켓 거래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2차 티켓 거래 플랫폼 산업의 생태계 구조 및 성장 전략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K-컬처의 글로벌 인기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도화로 잠재력이 커지는 2차 티켓 거래 시장이 암표 시장과 동일시되는 부정적 인식과 경직된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연예술·스포츠 분야에서 나타나는 티켓 거래 문제는 좌석 수 제한, 저가 정책, 팬클럽·스폰서 우선 배정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2차 시장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스텁허브, 티켓베이 등 글로벌 2차 티켓 플랫폼이 기존 음성 거래를 공식 유통망으로 전환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플랫폼은 정가 이하 가격 선택권을 제공하고, 에스크로 결제·환불 보장·피해 보상 등 안전장치를 통해 사기 위험을 최소화하며 티켓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2차 티켓 플랫폼과 공연·스포츠 주최사가 협력하는 상생 모델이 활발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스텁허브를 ‘공식 재판매 파트너’로 지정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구단과 수익을 공유했으며, 시트긱(SeatGeek), 비아고고(Viagogo)도 NFL, EPL, 유럽 축구 클럽 등과 제휴를 맺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협력적 구조가 건전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검증된 성공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여전히 ‘문제 발생→단속 강화→시장 통제’로 이어지는 규제 위주 접근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해관계자 협력 부족·데이터 부재·기술혁신 지원 미흡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진은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위한 ‘생태계 기반 접근법’ 전환을 제안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신산업 실험 지원, 거래 안정성을 위한 플랫폼 기술 혁신, 학계의 실증적 연구를 통한 정책 근거 마련, 그리고 한국형 2차 티켓 플랫폼 모델 구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2차 티켓 거래 플랫폼은 1차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라며 “규제 대상이 아닌 K-컬처 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직된 규제는 국내 플랫폼의 혁신을 막고 해외 플랫폼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OTT 규제 역설’을 재현할 수 있다”며 “규제와 자율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와 기술 혁신을 통해 소비자 보호와 산업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건전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덧붙였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