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용역 심사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드러났다. 평가위원이 과거 자신이 임원으로 재직했던 업체에 최고점을 부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기관은 최근 다른 사업에서도 이해관계인이 심사에 참여한 사례가 적발돼, 이해충돌 방지 절차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0일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까지 A업체 임원으로 재직한 B씨는 2018년과 2020년 용역 심사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두 차례 모두 A업체에 각각 74점과 87점의 최고점을 매겼다.
시상식 위탁업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심사에는 평가위원 7명이 참여한다. 관련 규정상 최근 3년 이내 평가대상 기관에 재직한 경우 심사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B씨는 전문가풀 등록 과정에서 재직 이력을 누락했다. 또한 ‘이해관계 없음’이라고 제출해 심사위원으로 포함될 수 있었다.
실제 채점표에 따르면, 이해충돌 의혹은 더욱 뚜렷하다. 2018년 심사에서 B씨는 A업체에 74점을 줬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모두 66~69점대에 머물렀다. 2020년에는 A0업체에 87점을 줬다. 다른 업체들은 57~60점에 불과했다. 그 결과 A업체는 2018년에는 3순위로 밀려 탈락했지만, 2020년에는 1순위로 올라 시상식 위탁업체로 선정됐다.
문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적을 받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뒤늦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B씨를 전문가풀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진행된 ‘2025 인디게임 개발지원 사업’ 심사에서도 이해관계인이 참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관리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평가위원 이해충돌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셀프 체크리스트 같은 형식적 절차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풀 등록 단계에서 경력을 교차 검증하고 사전 필터링 장치를 마련하는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