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통산 8승을 거둔 ‘한국산 탱크’ 최경주(55·SK텔레콤)는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 하나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1년에 2차례 이상은 국내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를 제외하곤 올해까지 그 약속을 단 한 차례도 어긴 적이 없었다.
그가 출전한 국내 대회는 여럿 있지만 최근 10여년간은 KPGA투어의 메이저급 대회로 자리매김한 SK텔레콤 오픈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빼놓지 않고 있다. 전자는 자신의 메인 스폰서사가 후원하는 대회이고 후자는 최경주가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2011년에 만든 대회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출범한 뒤 처음 4년간은 CJ그룹 후원으로 개최됐다. 하지만 2014년을 끝으로 파트너십이 종료되면서 대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경주가 백방으로 후원사를 찾아 나섰으나 선뜻 손을 내민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2015년 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6년에 대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상황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등장했다. 스폰서를 찾지 못해 국내 유일의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자칫 없어질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 정몽윤회장이 기꺼이 구원 투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올해로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현대해상과 10년째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어엿한 10살 미소년으로 성장한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매년 진화를 거듭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선수들은 ‘꼭 출전하고 싶은 대회’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우선 최경주가 내세운 대회 캐치 프레이즈 ‘PLAYER FIRST’에 걸맞는 현대해상의 전폭적 지원이다. 특히 프로암 대신 공식 연습 라운드를 이틀간 제공하는 것은 여타 대회에서 볼 수 없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오롯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폰서의 배려다.
그 뿐만 아니다. 출전 선수 전원의 참가비 제공, 야디지북 무상 제공 및 숙소 지원, 가족 식사 제공, 출전 선수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으로 선수참가자 전원에게 웰컴 구디백 증정한다.
거기에 선수 전용 라운지, 선수가 사용중인 브랜드 연습볼 제공, 컷을 통과한 공동 61위 이하 선수들에게 균등하게 나눠줄 별도 상금 예비비 제도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또 ‘호스트’ 최경주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후배들을 위해 고향 완도산 전복을 공수해와 특식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신인 선수와 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된다는 것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의 특징이다. 이는 한국 남자골프의 저변 확대와 차세대 스타 발굴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화두다.
실제로 올해 대회도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리던 전가람(30·LS)의 1타 차 역전 우승으로 끝나면서 대회의 취지가 더욱 도드라졌다.
전가람은 “이 대회는 공식 연습일이 이틀이다. 그게 너무 좋다. 하루라도 코스에서 더 연습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선수 입장에서는 엄청 좋은 것”이라며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정말 좋다. 모든 면에서 최고인 대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대회에서 우승해 영광이다. 다시 한번 현대해상과 최경주 프로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라며 “선수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경주도 “정몽윤회장님의 결정과 의지가 없었다면 이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PLAYER FIRST’ 운영철학을 실현해 준 현대해상에 깊이 감사 드린다”라며 “앞으로도 이 대회가 더 많은 선수들에게 꿈과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더욱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현대해상은 대회를 통한 선수 지원 뿐만 아니라 한국 골프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도 앞장 서고 있다. 매년 이포고등학교 골프부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도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스포츠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일환이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또 다른 10년을 준비중이다. 그 기조는 변함없이 ‘PLAYER FIRST’다. 목적은 딱 하나다. 차세대 골프 스타, 즉 제2의 최경주 발굴을 통한 한국 남자골프 발전이다. 그것을 위해 주최사인 현대해상과 최경주는 쉼없이 달려 간다는 계획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