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AI 패권’ 경쟁 격화…초대형 인프라 투자 릴레이

입력 2025-09-29 17:52

인공지능(AI) 시대 패권을 잡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양국이 앞다퉈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미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이 자국산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반도체 부문이 미국에 “몇 나노 초(10억분의 몇 초) 뒤져 있다”며 “그런 만큼 양국 기업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 CEO는 중국의 넓은 인재 풀, 열심히 하는 근로 문화, 중국 지역 간 내부 경쟁 등을 거론하며 중국의 AI 반도체 제조역량 진전을 강조했다.

미 정부는 첨단 AI 칩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각종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이를 기술 자립의 기회로 삼아 독자적인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이달 자체 AI 칩 로드맵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클러스터링 기술과 첨단 제조 방식을 선보였다.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AI 칩 ‘어센드 950PR’에는 자체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할 예정이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가 개발한 AI 칩 ‘PPU’가 엔비디아의 중국향 AI 반도체인 ‘H20’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AI 인프라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530억 달러(약 74조원)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우융밍 알리바바 CEO는 “AI 인프라에 대한 (기존) 3800억 위안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더 투자할 것”이라면서 “세계에서 선도적인 풀스택 AI 서비스 제공업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브라질 프랑스 네덜란드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를 열 계획이며 한국 일본 멕시코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데이터센터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의 부상에 맞서 미국도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23일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스타게이트’의 첫 데이터센터 단지가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원)를 투입해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향후 미국 내 5곳에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글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90억 달러(약 12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 역시 AI 서비스 강화를 위해 최대 720억 달러(약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