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액 비중이 1990년대 닷컴버블 당시 수치를 넘겨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적인 수준의 주식 보유 비중이 향후 시장 침체 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NN은 28일(현지시간)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간접투자·퇴직연금 등 금융자산 계좌의 주식 비중이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인 45%로 나타났다고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서학개미’를 포함한 외국인들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CNN은 미국 증시가 최근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기존 보유 주식의 가치가 올랐고,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시장에 참여하게 됐으며, 퇴직연금 ‘401K’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요 기업 500종목을 묶은 대표지수 S&P500은 연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4월 8일 이후 33% 올랐다. 연초와 비교해 13% 상승했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증시 투자자가 늘어났고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 퇴직연금 계좌 ‘401K’의 인기도 함께 높아졌다. 증시가 상승하면서 ‘미국 개미 투자자’들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상승은 장기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금융가에서는 향후 증시가 하락 할 경우 개인 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존 히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의 주식 비중이 닷컴 버블 당시인 1990년대를 넘어섰다면서 “현재 수준의 주식 비중은 반드시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적신호”라고 말했다.
롭 앤더슨 네드데이비스리서치 미국 부문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주식 보유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때 경기 하락 위험과 수익률이 평균 이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앞으로 10년은 지난 10년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주가 상승이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 수혜를 입은 빅테크 기업 등의 랠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주의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알파펫(구글),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기업의 상승분은 올해 S&P500 상승분의 약 41%를 차지했다고 CNN은 전했다.
K자형 양극화 우려도
증시 상승으로 미국의 ‘K자형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K자형 경제는 알파벳 ‘K’ 모양처럼 부자들 자산은 더 늘어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자산은 우하향하는 양극화 현상을 뜻한다.대다수 미국인이 소득을 얻는 노동 시장은 정체돼 있는데, 부유층은 주식 시장 급등으로 더 많은 자산을 얻어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 분석가에 따르면 연 소득이 35만3000 달러(약 5억원) 이상인 소득 상위 10%가 2분기 소비자 지출의 절반에 가까운 49%를 차지했다. 이는 198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저소득층의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증시가 하락하면 경제를 떠받쳐온 부유층의 소비마저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케빈 고든 찰스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주식 시장 상승이 소비 지출을 늘릴 수도 있지만 시장 폭락 시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 시장 침체가 발생하면 가계 지출에 부담을 주고 부유층의 소비 심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