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흡연자 10명 중 4명은 여전히 담배를 끊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에 걸리고도 담배를 계속 피우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최대 6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암을 계기로 금연한다면 흡연을 지속하는 경우에 비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낮아지고 심방세동은 비흡연자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조인영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암 환자의 흡연 지속 여부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서포티브케어 인 캔서(Supportive Care in Cancer)’ 최근호에 발표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는 심혈관질환에 주의가 더 필요하다. 항암, 방사선 치료 등 암 치료로 심장에 부담이 가는 상황에서 흡연으로 인한 혈관 손상이 더해지면 위험이 더욱 커져 치료 예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10~2016년 암 진단 전후로 건강검진을 모두 받은 환자 26만9917명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흡연 습관 변화에 따라 환자를 네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지속 비흡연군, 지속 흡연군, 금연군(암 진단 후 금연), 재흡연/흡연 시작군(금연했다가 암 진단 후 흡연, 또는 암 진단 후 흡연 시작)으로 구분해 지속 비흡연군을 기준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암 진단 전에 흡연자였던 대상의 59.6%는 진단 후 담배를 끊었지만 나머지 40.4%는 진단 후에도 계속 담배를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속 흡연군은 지속 비흡연군 대비 심근경색 위험이 64%까지 높았다. 허혈성 뇌졸중(61%)과 심부전(55%) 위험 가능성도 뚜렷하게 컸다. 재흡연/흡연 시작군은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이 53% 더 높았고 허혈성 뇌졸중(29%)과 심부전(28%) 역시 증가했다.
금연군은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22%)과 심부전(26%)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흡연을 이어간 환자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아 금연의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심방세동은 암 진단을 계기로 금연한다면 비흡연군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위험이 감소하는 확실한 개선을 보였다.
조인영 교수는 29일 “암 환자의 금연은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이 아니라 치료 성과와 생존율을 좌우하는 핵심 관리 요소”라며 “의료진의 적극적인 금연 지도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욱 교수는 “흡연은 혈관 손상과 염증, 혈전 형성을 촉진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고 암 치료로 심장에 부담이 가중되는 환자에게는 이러한 위험이 더 치명적이기에 금연이 필수”라며 “혼자 금연에 성공하기 어렵다면 의료진 상담과 금연 치료제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