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대 오점으로 여겨졌던 생모 고용희의 가족사가 첫 공개 됐다. 고용희는 백두혈통이 아닌 재일교포 출신으로, 시아버지 김일성의 인정을 받지 못해 평생 숨어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전 논설위원은 28일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10년간 집중 취재한 고용희 일가의 실체를 알렸다. 그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직접 취재한 유일한 언론인이다.
고용희는 195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62년 재일교포 귀국 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가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하다 김정일의 눈에 들었다. 이후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을 낳았다.
고용희는 백두혈통이 아니라는 점 탓에 김정은의 오점으로 여겨졌다. 고미 위원은 앞서 자신의 저서에서 김정은에게 고용희는 삶의 최대 약점이며 그가 이러한 억울한 가정사 탓에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를 공식 석상에 줄곧 노출해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김태훈 칼럼니스트는 “김정은이 집권 뒤 리설주와 주애를 공개하며 파격적 행보를 보였지만 정작 어머니는 끝내 드러낼 수 없었다”며 “정치와 권력의 이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패널로 출연한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를 지냈던 류현우씨도 “김정은이 아무 업적도 없는데 20대에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백두혈통이라는 이유 단 하나 때문”이라며 “생모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통성을 뒤흔드는 것은 물론 북한 세습 체계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희의 모친이자 김정은의 외할머니 이맹인의 사진도 최초 공개됐다. 이맹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고용희를 낳았다.
사진 속 이맹인은 김정은과 무척 닮아 있어 출연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탈북민 정유나씨는 “북한에서는 붕어빵이라는 말 대신 ‘할머니 먹고 게웠다’고 하는데, 너무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미 위원도 “김정은이 외할머니 얼굴과 분위기를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