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동맹국 ‘팔비틀기’는 미국에게도 자해행위”…트럼프, 3500억 달러 ‘선불’ 발언

입력 2025-09-29 08:46

‘경제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up front)’ 발언과 관련해 “동맹국 ‘팔비틀기’는 미국에게도 자해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려면(MAGA) 동맹국 ‘팔껴안기’가 필요하다.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으로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8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합의하며, 3500억 달러 대미투자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 방식 등을 놓고 미국은 선불로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제안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무엇보다 3500억 달러 현금 조달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며 “외환보유고 4100억 달러는 국가가 위기시 쓸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예비 자산으로 미국 국채, 금, 외화예금, IMF포지션 등 다양한 금융상품 형태로 보유돼 있어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니다. 3500억 달러 직접 투자를 위한 외환보유고 사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 40년 전 플라자 합의가 단초가 되어 ‘잃어버린 30년’을 보내야 했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현금 대미투자 요구를 수용한다면 대한민국도 잃어버린 30년의 문을 열게 될 것”고 경고하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한국판 플라자 합의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난 금요일 원화 환율이 치솟고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거린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 발언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라며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이 최소한의 방어장치인 이유”라고 했다.

김 지사는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방향을 잘 잡고 가고 있다. 통화스와프 요구는 매우 적절했다”며 “직접투자 규모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투자 실행 기간은 최대한 늘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까지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이라면서 “정부 비판을 목적으로 수용을 압박하는 식의 정치 공세가 아니라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과 협상팀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강조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