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슈퍼 히어로 랜딩!

입력 2025-09-28 23:31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슈퍼 히어로 랜딩’. 슈퍼 히어로가 폼나게 착지하는 모습을 말한다. 2025 LCK 결승전 4세트에서 ‘캐니언’ 김건부가 판테온의 궁극기 ‘거대 유성’을 써서 내셔 남작 둥지에 착륙한 두 번의 순간이 젠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슈퍼 히어로 랜딩이었다.

젠지는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최종 결승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3대 1로 이겼다. 2대 0에서 한 차례 상대방의 추격을 허용했으나 다시 4세트를 잡아내 우승에 성공했다. 이들은 1시즌 만에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았다.

이들은 마지막 4세트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2600골드 차이를 극복해야 했던, 답답하던 게임의 혈을 뚫은 건 30분경 내셔 남작 둥지로의 회전 판단. 드래곤 둥지로의 전진에 애를 먹던 젠지는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건부의 궁극기를 통한 순간 이동과 함께 내셔 남작 둥지에 집결했다.
2025 LCK 결승전 중계화면

이어 순간적으로 고립됐던 ‘제우스’ 최우제(오른)를 잡아내고, 곧이어 ‘피넛’ 한왕호(스카너)까지 처치하는 데 성공해 내셔 남작 버프를 얻어냈다. 이후 버프를 이용해 상대 포탑을 철거해나가면서 골드 역전에 성공했다.

김건부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드래곤 쪽에서 자리를 잡기가 애매했다. 팀원들과 함께 얘기하면서 내셔 남작 쪽에서 싸우는 게 유리하겠다고 판단했다. 타이밍에 맞춰 판테온의 궁극기로 가서 내셔 남작 사냥을 시도해봤다”고 복기했다.

두 번째 슈퍼 히어로 랜딩은 37분경, 마찬가지로 내셔 남작 둥지에서 나왔다. ‘기인’ 김기인(요릭)이 전사해 젠지가 4대5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한화생명이 내셔 남작 버스트에 집중한 순간, 김건부가 다시 한번 거대 유성을 써서 둥지에 착지했다.

김건부가 ‘바이퍼’ 박도현(루시안)의 코앞에 떨어지면서, 동시에 젠지 나머지 병력이 ‘제카’ 김건우(빅토르)에게 스킬을 집중하면서 순간적으로 한화생명의 진형이 무너졌다. 김건부는 한화생명 본대에 포커싱을 당해 금새 쓰러졌지만 ‘수호 천사’를 구매한 그에겐 부활의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젠지의 나머지 병력이 김건우를 잡아내면서 4대4, 동수 상황이 됐다.
2025 LCK 결승전 중계화면

김건부가 수호 천사의 효과로 부활하면서 내셔 남작 사냥은 강타 싸움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양 팀의 정글러 간 눈치 싸움이 치열했지만 마지막에 내셔 남작을 처치한 건 김건부도, 한왕호도 아닌 ‘룰러’ 박재혁(자야)이었다. 젠지가 버프와 함께 추가 킬까지 가져가면서 게임의 최대 위기를 넘김과 동시에 유리한 고지에 섰다.

얼핏 보기앤 무리수 같았던 젠지와 김건부의 내셔 남작을 향한 거대 유성 사용은 결국 두 차례 모두 내셔 남작 버프 획득으로 이어졌다. 위기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기질들, 젠지만의 냉철함에 김건부 특유의 과감함이 조합돼야만 나올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지난 13일 KT 롤스터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 최악의 부진이 결과적으론 쓰지만 효과 좋은 약이 됐다. 김건부는 “KT전이 끝나고 나서 내가 게임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 진중하고 이성적으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이후로는 게임을 잘 읽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천=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