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로, 그동안 전 세계 공연예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국내외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25회째인 올해는 10월 16일~11월 9일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등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지난 2021년 12월 취임한 최석규 예술감독은 스파프(SPAF)에 ‘동시대 관점과 시대적 가치’를 한층 강화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젠더, 여성, 환경, 세대, 기술 등의 주제들을 선보이며 단순 공연이 아닌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축제를 지향했다.
올해 스파프의 주제는 ‘얽힘과 마찰’이다. 각각 다른 관점과 형식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최석규 예술감독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담론과 예술 형식의 변화를 매끄럽지 않은 충돌과 균열 속에서 바라보고, 그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 스파프는 예술·기술·과학의 관계, 사운드와 뉴뮤직의 확장, 국제 협력을 통한 무용 언어, 아시아·태평양 예술가들의 시선이라는 네 가지 축을 통해 동시대 예술의 질문을 무대에 올린다. 22편의 작품과 함께 포럼, 워크숍 등도 진행한다.
예술·기술·과학의 관계를 탐구하는 무대는 단순히 기술의 혁신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폴란드 연출가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의 ‘디 임플로이’는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함께 일하는 우주선을 배경으로 정체성과 노동의 의미를 탐구한다. 다비드 쥬셀송의 ‘네안데르탈’은 DNA 연구에서 출발해 인류의 기원과 순수성의 개념을 묻는다. 그리고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와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에세즈 메세즈: 당나귀들의 반란’은 8시간 동안 이어지는 집단 참여형 게임 퍼포먼스로, 관객이 직접 참여해 인간-비인간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도록 이끈다.
사운드와 뉴뮤직의 확장은 소리를 공연예술의 새로운 언어로 확장하는 시도다. 존 케이지와 조지 크럼의 뮤즈로 알려진 마가릿 렝 탄은 ‘드래곤 레이디는 울지 않는다’에서 자신의 예술 여정을 무대로 풀어낸다. 일본 출신 아수나의 ‘100개의 키보드’는 100대 토이 키보드가 만들어 내는 공명과 간섭을 통해 소리를 하나의 공간적 체험으로 확장한다. 중국계 호주 예술가 윌리엄 양의 ‘마일스톤: 삶의 이정표’는 사진과 음악,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국제 협력을 통한 무용 언어의 진화는 론,(라)오흐드 그리고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의 ‘룸 위드 어 뷰’, 벨기에 안무기 얀 마르텐스의 ‘도그 데이즈 오버 2.0’, 아프리카 안무가 로빈 올린의 ‘바퀴를 두른 사람들’, 한국 안무가 허성임의 ‘1도씨’, 중국 타오 댄스 시어터의 ‘16&17’ 등 9편의 작품이 준비돼 있다. 무용이 사회적 담론과 지역성을 품으며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시아·태평양 예술가들의 시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스파프 협력예술가인 한국 극작가 겸 연출가 구자하의 ‘하리보 김치’는 음식과 로봇 퍼포머를 통해 이민자의 정체성과 문화적 동화를 탐구하고, 태국 연출가 위차야 아르타맛의 ‘반 쿨트, 무앙 쿨트: 숭배에 관하여’는 태국의 금기시하는 군대·종교·군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해체한다.
한편 올해 스파프는 창작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해온 예술가들도 무대에 올린다. 안상욱은 아트코리아랩과 협력한 사운드&테크놀로지 창작랩에서 3년에 걸친 리서치와 쇼케이스를 거쳐, 음악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사운드의 확장’을 탐구한 신작 ‘12 사운드’를 선보인다. 또한 김조호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위트니스 스탠드 서울-소리의 기념비’에 참여한다. 낙산 공원을 무대 삼아 기록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결합해 소리로 만든 기념비를 세우는 프로젝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