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자랑 된 도서관…강동구 “도서관은 하나의 플랫폼”

입력 2025-09-28 20:49
강동숲속도서관 전경. 강동구청 제공

지난 25일 서울 강동구 강동숲속도서관에서 만난 A씨는 시간 날 때면 도서관에 들른다고 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눈에 띄는 책을 골라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집 앞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며 “도서관 자체 프로그램도 많아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역세권’, ‘숲세권’ 못지않게 ‘도세권’(도서관이 주변에 가까이 있는 곳) 뜨고 있다. ‘도품아’(도서관을 품은 아파트)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다. 지난 5월 14일 개관한 강동숲속도서관도 요즘 뜨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하루 평균 2000명, 주말에는 최대 3000명이 방문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애초 이곳은 테니스장이었다. 그마저도 소음 민원이 많아 미사용 상태로 방치된 곳이었다. 강동구는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도서관을 세웠다. 강동구는 숲과 음악, 책이 어우러진 쉼이 있는 도서관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문한 이곳은 숲 전망 통창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거주지와 공원, 도서관이 이어지는 입지를 활용해 ‘숲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었다.

강동숲속도서관 2층 최재천의 서재. 강동구청 제공

2층 한쪽 전면에는 6m 높이의 ‘최재천의 서재’가 있었다. 각종 SNS에서 ‘핫플’로 떠오른 공간이다. 세계적 권위의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로부터 기증받은 도서 1200여권이 그가 직접 쓴 ‘알면 사랑한다’라는 글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오는 12월 3일에는 이곳에서 최 교수의 강연도 진행된다고 한다.

과학 분야에 특화된 도서관답게 과학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전국 도서관 중 처음으로 LG디스커버리와 협약을 맺어 로봇교육 프로그램인 ‘큐블렛’을 운영 중이었고, AI 안내로봇 클로이, 아이스크림 로봇 등도 만나볼 수 있었다.

강동중앙도서관 전경. 강동구청 제공

강동중앙도서관은 개관 한 달도 안 돼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 가운데 있다. 서울에 있는 도서관 중 가장 큰 규모의 강동중앙도서관은 아트센터에 버금가는 고품격 공연과 경연이 매주 진행된다. 모든 공연과 강연이 접수 시작 직후 마감될 정도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유 장서 규모 역시 압도적이다. 개관 당시 보유한 장서만 12만권에 달한다. 미국 앤아버공공도서관, 도서문화재단 씨앗, 저스피스 재단과도 협약을 체결해 각 기관에 대한 소개와 추천 도서를 전시한 ‘우리 도서관의 친구들’ 큐레이션 코너도 운영하고 있었다.

2층에는 36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대형 독서테이블이 설치돼 있었는데, 강동구는 이곳을 ‘카르페디엠’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영원한 문장들과 함께 현재를 즐겨라’는 뜻을 담았다. 일반적인 도서관 분류법 대신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전 분야의 명저 5000여 권을 이곳에 모아 누구나 한 번쯤 읽고 싶었던 책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이 지난 25일 강동숲속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동구청 제공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숲과 과학, 책과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숲속도서관, 중앙도서관 모두 앞으로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지역의 인문·예술·문화 수준을 한층 높이는 강동구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