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35년째 침구류를 판매하는 A씨(64)는 최근 서울시 ‘안심통장’을 통해 1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나갈 돈은 많은데, 경기침체로 매출이 예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금융권 대출은 신용 점수가 낮아 엄두도 못 냈다. 그는 “안심통장은 요건이 됐다. 금리도 싸고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도움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긴급 자금 창구로 안심통장이 주목받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해 지난달 28일 출시한 안심통장 2호는 불과 한 달(20영업일) 만에 지원 목표 2만건의 80%가 넘는 1만6176건이 보증 승인됐다.
지난 3월 처음 선보인 안심통장 1호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안심통장 1호는 영업일 기준 58일 만에 배정 예산 2000억원이 전액 소진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일 600~700명씩 대출이 승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통장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자영업자 전용 마이너스 통장이다.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자유롭게 빼서 쓸 수 있다. 대출금리는 연 4.5% 수준으로 시중은행 카드론 평균 금리인 14%보다 9.5%포인트 낮다. 현재는 인천, 대전 등 7개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며 제도를 확산시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필요할 때 빠르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통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자동 심사를 도입해 복잡한 서류 제출이나 대면 없이 영업일 기준 1일 이내로 대출 승인이 완료되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서울시 분석 결과 단순한 금융지원 이상의 효과도 나타났다. 안심통장 1호 이용자의 50.7%가 나이스평가정보 기준 개인신용평점 839점 이하의 중·저신용자였다. 금융권 접근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서울시는 고금리 카드대출을 대체한 절감 효과만 5년간 7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딸과 함께 떡 가게를 운영 중인 박창희(72)씨는 “지난달까지 계속 마이너스였다. 목돈이 필요할 정도는 아닌데, 장사 준비할 돈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안심통장이 아니었으면 막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선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협력은행이 1곳이었던 1호와 달리 2호는 4곳으로 확대했다. 청년 창업자나 고령의 노포 사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우대 방안도 마련해 대출 문턱을 낮췄다”며 “안심통장이 자영업자의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