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유력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대해 “불평등하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28일 자민당 당권 주자 5명의 후지TV 토론 방송에 출연해 ‘미·일 무역 합의를 불평등하다고 보느냐’며 거수를 요청한 사회자의 질문에 유일하게 손을 들었다.
다카이치는 5500억 달러(약 77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운용 과정에서 일본의 국익을 해치는 불평등한 것이 있다면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며 “재협상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4일 투자 목적과 수익배분 방식 등을 기술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 문건에서 투자처는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투자처는 미국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가 일본 측 인사들도 참여하는 협의위원회와 논의한 뒤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전했다.
다카이치는 일본의 대미 투자금이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대로 운용될 수 있는 미·일 무역 합의 결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냈지만,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의 일원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다른 뜻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그렇게까지 불평등하지는 않다는 인식”이라며 투자처 결정 구조상 일본이 협의위로 참여하는 점을 부각해 “과제가 생긴다면 그곳(협의위)에서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는 다음 달 4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와 양강 구도를 펼치고 있는 경쟁자다.
나머지 3명의 후보도 미·일 무역 합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투자 이익을 원금 회수 전에 양국이 절반씩 배분하는 점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국내용으로 ‘쟁취했다’고 밝힌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결국 정치적 수사일 뿐 일본의 일방적인 손해로 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일본이 투자처 논의에 배제될 가능성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투자금이 미국에 자동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경제안보 등을 생각해 분야별로 양국에 이익인 사업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불평등 조약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윈윈’ 관계를 만들 방안에서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