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복붙’ 불출석 의견서…與 “국민 기만, 청문회 나와야” 맹비난

입력 2025-09-28 15:00 수정 2025-09-28 15:02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릴 예정인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 긴급 현안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가 사실상 지난 5월 의견서를 ‘복붙’(복사·붙여넣기)한 문서로 국민을 기만한 행태라며 맹비난했다.

2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26일 법사위에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는 내용의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대법원)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 국회법 제37조 1항 제2호 바목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임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조 대법원장 이외에 증인으로 채택된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도 비슷한 사유를 적은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천 처장은 “특히 본인은 청문 대상인 전원합의의 절차 진행 및 결론 도출 과정에 일절 관여한 바가 없어 청문 대상과 직무상 관련성도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청문회 불출석에 이어 오는 30일 청문회에도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사법부 최고 수장이 법률이 정한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유서는 출석 의무가 있는 대상이 불출석할 경우 제출하는 형식인데, 조 대법원장의 출석 여부가 의무인지를 놓고 당사자와 민주당의 해석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는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가 지난 5월 의견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문서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 뒤에 숨어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혜원 이강민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