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오리건주 포틀랜드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에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한 경우 ‘무력 사용’도 가능하다면서 최근 ICE 구금 시설을 향한 총격 사건 이후 초강경 대응 입장을 강조했다. 진보 성향이 강한 포틀랜드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당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이후 트럼프의 ‘눈엣가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전쟁으로 황폐해진 포틀랜드, 안티파(Antifa)와 다른 국내 테러리스트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ICE 시설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병력을 제공하도록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필요하다면 전면적인 무력 사용(Full Force)을 승인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전면적 무력’이 무엇인지, 어떤 부대가 배치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그동안 로스앤젤레스(LA)와 워싱턴DC 등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지난 24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벌어진 ICE 구금 시설 총격 사건에 대한 후속 대응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총격범의 탄피에서는 ‘안티 IC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ICE 시설에서 몇 주간 지속된 폭력적인 폭동과 법 집행 기관에 대한 공격 이후 이 조치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반(反) 파시즘, 인종차별 운동인 안티파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ICE 공격 사태 이후 포틀랜드를 ‘본보기’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시위가 발생하자 국토안보부 법 집행관 750여명이 포틀랜드 시내에 투입 바 있다. 당시 시위대가 주정부 청사에 방화를 저지르면서 우파 진영이 포틀랜드를 무법과 혼란의 도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포틀랜드를 한번 봐라”며 “이들은 미친 사람들이며 건물을 불태우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포틀랜드 시내 중심부에서 약 3㎞ 떨어진 ICE 시설에서는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은 포틀랜드를 법과 질서 캠페인에 유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며 “이민 문제부터 범죄, 극좌 폭력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부각시킬 수 있는 도시”라고 전했다.
트럼프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 인사 스티브 배넌은 “안티파를 체포하기 위해 포틀랜드 일부 지역에 계엄령(martial law)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포틀랜드는 안티파 운동이 활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포틀랜드가 속한 오리건주는 반발했다. 티나 코텍 오리건주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백악관과 국토안보부에 추가 정보를 요청 중이다. 군사 작전의 이유나 목적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며 “포틀랜드에는 국가 안보 위협이 없다. 우리 지역 사회는 안전하고 평온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도 “트럼프는 큰 문제를 만들어낸 뒤 이를 빌미로 권위주의적 통제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