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담임목사가 바뀌는 서울 삼성제일교회가 남다른 리더십 이양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역계승예배를 별도로 드려 성도들에게 새로운 목회의 시작을 알리는가 하면 후임 목회자의 연착륙을 위해 당회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이취임예배 이틀 전인 26일 강남구 교회에서 만난 윤성원(70) 목사는 “강단이 비는 순간부터 교회는 위기”라며 “잠시라도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리더십 이양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유대영(50) 목사는 삼성제일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타 교회로 청빙 받은 지 10여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오게 됐다. 윤 목사는 “부교역자 시절부터 성도들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 같은 마음은 물론 기획력과 실행력까지 눈에 띄었던 목회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 목사가 부임한 지난달 초부터 교회는 바쁘게 돌아갔다. 먼저 주일에 사역계승예배를 드려 두 목회자가 같은 제목의 본문을 나누어 설교했다. 윤 목사가 전반부 설교를 맡고 유 목사가 후반부 설교를 이어가는 형식으로 영적 리더십이 교체된다는 것을 공동체에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유 목사는 “리더십 이양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사역계승예배에서 설교하시는 윤 목사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무게감과 책임감이 느껴졌다”면서 “은퇴할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성도들이 행복한 목회를 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회원과의 화합을 위해서는 수양회를 통해 교회의 미래 비전과 사역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뤄지면서 장로들은 신임 목사와의 사역 동역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후 산상기도회에서는 교회 역사와 헌법에 대한 강의와 윤 목사의 리더십 특강이 이어졌다.
윤 목사는 “기도회 마지막에는 두 목사가 모든 시무장로에게 안수하며 축복기도를 했다”며 “이는 단순한 축복을 넘어서 영적 권위가 새 담임목사에게 이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목사가 리더십 이양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마련한 것은 그가 처음 부임했을 때 시행착오를 후임은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38년 동안 사역하셨던 원로목사님의 후임으로 왔는데 많은 어려움 속에 내가 온전히 운전대를 잡게 된 것은 부임 5년이 지나서였다”면서 “그 시간을 단축해서 후임 목사가 편안하고 교회 사역도 단절되지 않도록 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더십 이양을 앞둔 교회를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은퇴하는 목사의 책임감이 핵심입니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미래와 비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당회도 무작정 밀어내려 하지 않고 은퇴 목사를 존중한다면 안정적인 리더십 이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제일교회가 리더십 이양의 본이 되고 아름다운 전통과 성숙한 성도를 자랑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