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지키고 제시할 것인가”…개혁주의 국제연합 결성

입력 2025-09-26 16:53
대회 참석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세계개혁주의 교단과 아시아교회 지도자대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 세계 23개 교단이 참여한 가운데 개혁주의 교회 연합이 서울에서 출범을 알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장봉생 목사)은 26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세계 개혁주의 교단과 아시아교회 지도자대회’를 열고 연대를 다졌다. 이날 대회에는 세계예수교장로회(GAWPC)와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호주장로교회(PCA), 인도 뱅갈로 장로교회(BPC) 등이 참석했다.

대회 이틀째인 이날 포럼에는 안인섭 총신대 교수와 신종철(예인교회) 오정호(새로남교회) 목사가 강사로 참여해 발표했다. 안 교수는 ‘서울 개혁주의 네트워크(SRN·의장 장봉생 목사)’를 신학적으로 해석하며 이번 연합 움직임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권 교회가 눈부신 양적 성장을 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교회 성장에 토대가 되는 신학적 내실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이중적 상황 속에서 세계 교회는 불균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인섭 교수가 26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개혁주의 유산과 미래, 글로벌 연대를 향한 서울 개혁주의 네트워크의 신학적 제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서구 중심성, 신학적 일치 부족, 일회성에 그치는 현대 세계교회 연합 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SRN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 대륙의 교단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성경적 신학과 현대교회 주요 현안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 과거 국제적 개혁주의 연대의 전통을 잇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국제 연합으로 탄생한 대표적 연합체로는 유럽 대륙 최초의 장로교회 총회였던 엠던 총회(1571), 최초 국제적 칼빈주의 대회인 도르트 총회(1618~1619),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2국가 1원칙’으로 표준문서를 작성한 웨스트민스터 총회(1643~1649)가 있다.

앞서 오 목사는 한국교회가 받은 성경과 기도, 선교정책, 사람, 섭리적 시련과 도전의 네 가지 복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140년 역사 동안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성장해왔다”며 “이제는 세계 선교에 헌신하고 거룩한 연대를 소망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연합체가 지향하는 신학적 정체성과 사명에 힘을 보탰다.

장봉생 의장과 신종철 사무총장, 안인섭 신학위원장, 이국진 정책위원장, 임병선 준비위 서기, 한병지 준비위 회계(왼쪽부터)가 26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세계 개혁주의 교단과 아시아교회 대표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서는 의장과 사무총장 등 임원을 지명했다. 의장은 예장합동 총회장 장봉생 목사, 사무총장은 신종철 목사다. 의장은 상징적 지도력을 갖추고 의사를 진행하는 역할이다. 사무총장은 행정과 실행을 담당한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 교회 총회 구조를 참고해 현대적으로 적용한 모델이다.

각 국가의 총회에서 파송한 위원들은 의장, 사무총장과 함께 운영위원회에 속하게 된다. 전 세계 신학자들이 연대해 꾸려지는 신학위원회는 안 교수가, 실재적 대안을 만드는 정책위원회는 이국진 교수가 맡는다.

준비위원회는 내년 초까지 이날 참석한 교단과 협력 교단을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할 예정이다. 사무총장 신 목사는 “예장합동은 연합체 결성을 제안하는 입장일 뿐”이라며 “전 세계와 한국교회 여러 교단 대표 중 형평성을 고려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합은 장 총회장이 제시한 ‘정책총회 7대 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 개혁주의 세계화를 위한 지도자 연합체 결성은 이 정책 중 하나다.

장 총회장은 이날 국민일보에 “아시아 지역은 개혁주의 교회조차 ‘개혁주의’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며 “한국교회가 개혁주의 신앙을 통해 받은 은혜를 세계교회에 확산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