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6일 막을 내렸다. 올해는 최초로 경쟁 부문을 도입하고, 세계 각국의 영화인을 초청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관객 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BIFF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영화의전당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총 328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관객 수는 17만5889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2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영화제 동안 공휴일이 없었음에도 기대 이상의 호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개막한 영화제는 부산 지역 내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상영이 이루어졌으며, 국내외 영화인 7036명이 게스트로 초청됐다. 해외에서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참석했고, 마이클 만, 마르코 벨로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 션 베이커, 매기 강 감독 등도 찾아 관객과 만났다. 아울러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 쥘리엣 비노쉬, 량자후이(양가휘), 밀라 요보비치, 수치(서기),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의 유명 배우들도 부산을 찾았다.
관객과의 만남(GV) 행사는 총 323회, 오픈 토크 13회, 야외 무대인사 19회, 마스터 클래스 5회 등 주요 프로그램도 예년보다 확대 운영되었다. 봉준호, 매기 강 감독 등 유명 인사가 직접 추천한 영화를 관객과 함께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까르뜨 블랑슈’ 프로그램도 새롭게 선보여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단연 신설된 경쟁 부문이다. 그동안 비경쟁영화제로 운영됐던 BIFF는 이번 30회부터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새로운 부문에는 아시아 영화 14편이 초청되었으며, 이들은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남·여),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라는 이름 아래 6개 트로피를 두고 겨뤘다. 트로피는 태국의 감독 겸 설치 미술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했다.
심사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이 맡았고, 양가휘, 난디타 다스, 마르지예 메쉬키니, 코고나다 감독,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배우 한효주 등 아시아 영화인 7인이 심사위원단으로 참여했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심사 과정을 중간중간 지켜봤는데 예상했던 대로 성실하고 치열한 격론을 벌여 결과에 도달했다”며 “첫발을 잘 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 중 일본의 사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와 스리랑카의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스파이 스타’는 BIFF 초청 이후 해외 배급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아시아 영화를 위한 좀 더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 그대로 실리적 효과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박 위원장은 끝으로 “영화제 기간 대통령이 방문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여당 대표도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계 문제를 타개해나가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22년에는 영화제 예산의 약 20%가 국비 지원이었으나, 매년 비중이 줄어 올해는 약 4% 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영화제로의 도약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